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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숲, 나들이279

지리산 서북능선 하늘은 푸르고 이른 아침 산골의 파르스름한 안개.먼 곳일수록 푸르게 보이는 산그리메.녹음 짙은 숲,휘파람새 소리는 길을 걷는 내내 함께한다.후~~~휫쭉!마음이 밖으로 향해 온갖 것을 받아들이는 시간이다. 길을 걷다 보면, 끝날 것 같지 않은 길, 지루함.몸은 서서히 지쳐가고, 강물과 같았던 의욕은 시냇물처럼 가늘어졌다.이제, 마음은 내면으로 향한다.여긴 어디, 나는 누구?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먼 길을 걷는 이유다. 2024. 5. 5.
만항재의 봄 삐쭉삐쭉 삐쭉새가 울고,중함백 산등성이에서는 고라니가 짝을 찾는지 우엉우엉 운다.아침해 비추자 진달래는 이제야 고개를.함백산에 햇살이 든다.산 아래 양지에는 태백제비꽃 유난하더니, 산정이 가까울수록 뫼제비꽃이 우점한다.아침 공기가 이렇게 신선할 수가! 넓은 등을 가진 함백산 자락.주목의 삶은 버거워 보이지만 천년을 버티고,능선의 수목은 키를 낮추어 바람을 견디어낸다.주어진 것에 적응하는 그들의 삶이 경이롭다.  숲에서 목적한 것을 찾아보지만,'서울에서 김서방 찾기'란 말을 실감한다.되돌아갈 길이 만만하지 않아 찾기를 포기하기에 이른다.먼 길 왔는데, 마음이 개운하지 않다. '시절인연'되돌아 서는 발치에 그가 서 있었다.시기가 지난 줄이야 알고 왔으니 싱싱한 꽃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아직 매달고 있는 것이.. 2024. 4. 28.
초등학교 동창회 다녀오다.(2024.4.13.-14.) 보리암 경내에 내려서니 지린내가 진동한다. 산사의 화장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그런가? 했더니, 이 시기, 사스레피나무가 한창 꽃을 피우고 있었다. 사스레피나무의 꽃향기(?)는 닭의 분뇨와 같은 냄새를 풍긴다. 이는 수분 매개자를 파리로 선택했기 때문이라는데, 식물의 수분 전략은 신기하기만 하다. 보리암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사진으로는 그 느낌을 표현하기는 쉽지 않고, 김만중의 유배지를 다녀오는 길은 사월 중순에 한여름 날씨를 경험하게 했다. 아이스크림 3개를 먹은 날로 기억되겠다. 휴, 덥긴 더웠다. 더운 날씨와 숙취로 파김치가 된 몸이라 한창 꽃을 피우고 있는 왕후박나무를 보고도 꽃을 담아 오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쉽다. 사진을 담을 때 '나중은 없다'란 말은 진리다. 보일 때 그냥 담아야 하는 .. 2024. 4. 14.
무등산 털조장나무(2024.4.6.) 원효사 주차장에서 옛길 따라 오른다. 제철유적지를 지나 자연쉼터에 다다르니 털조장나무 암그루가 보이고 조금 더 오르니 수그루가 보인다. 이 길에는 불과 서너 그루 정도만 보일 뿐 더는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댓세 정도는 철 지난 것 같다. 의상봉 쪽에 군락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지만, 오늘은 무등산을 오르는 것이 우선이다. 목교를 지나 인왕봉으로 올라 서석대, 입석대를 거처 장불재로 내려섰다. 다양한 들꽃을 기대했는데, 아직은 이른가 보다. 잔털제비꽃 두 개체만 보이고 높은 지대에는 생강나무 꽃이 한창이다. 호랑버들, 갯버들도 이제 꽃술을 터뜨린다. 2024. 4. 6.
공수항의 아침(2024.3.10.) 모임이 있어 남쪽으로 내려갔더니 아직은 환한 봄 풍경은 아니었다. 항구의 비릿한 갯내음은 마음 한구석에서 잠자던 묵은 시간을 깨우는데, 익숙하지만 오래된. . . 아침 해가 고개 든 작은 어항에 시간을 주어 보낸다. 2024. 3. 11.
눈 내리는 관악산 급변한 일기. 대설을 지나도 봄 날씨 같더니, 갑작스러운 추위가 눈과 함께 닥쳤다. 블리쟈드와 같은 날씨지만, 친구와 예정된 산행을 한다. 2023/12/16 상고대만큼은 아니더라도, 서설처럼 내려준 눈꽃이 동화 속 같다. 건강이 예전 같지 않은 친구들의 건강도우미를 자청했다. 혼자 걷는 것 보다 길동무가 함께하면 눈 속이라도 따뜻하지 않겠나. 2023. 12. 18.
호기심(好奇心) 꿩의다리가 여름이 왔음을 알린다. 지내산에서 고사 위기에 처했다가 광교산으로 이사 온 그는 해마다 하얗게 숲을 밝히고 있다. 초봄, 고라니가 새순을 취하면, 그해에는 꽃을 못 보기도 한다. 마등령에서 큰 군락을 본 적이 있어, 높은 산에만 사는 줄 알았더니 광교산 낮은 골짜기에도 자주 보인다. 길을 나섰다. 원산도와 안면도를 거쳐 신두리사구를 둘러왔다. 그는(Martin Heidegger) '호기심이 새로운 것을 찾는 이유는 그 새것에서 다시금 새로운 새것으로 뛰어들기 위해서다.' 라고 말한다. 꽃에 대한 나의 호기심을 두고 한 말 같다. 하나를 보고 나면 또 다른 것을 보고 싶으니, 그 호기심이란 게... 진즉, 학생 때 그런 맘으로 공부나 열심히 하지 그랬을까. '핑계 없는 무덤 없다'라고, 말이야 .. 2023. 6. 18.
안산 자락길(서대문구) 전날, 기지포 바래를 다녀와서 뒤풀이한 막걸리가 좀 과했던지, 안산 자락길 걷는 게 초반, 힘이 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점차 몸이 회복되니 역시 숲길은 생명이다. 구불거리지만, 무장애 길로 다듬어 걷기 편하다. 낮은 산임에도 서울시내를 조망하기에 이만한 곳도 없지 싶다. 독립문역에서 홍제천 인공폭포를 거쳐 다시 홍제역으로 걸었다. 연이은 바깥나들이에 다소 힘들었지만, 기록으로 남겨 둔다. 2023. 6. 6.
오색에서 한계령 (2023. 5. 20.) 계곡을 벗어나 가파른 능선 길을 힘들게 오르는데,산 위에서 쿵쾅거리는 스피커 소리가 들린다.점점 크게 들리는 것이, 누군가 산을 내려오는 것 같다.처음 들어보는 스타일의 음악.경쾌하다.한쪽 다리를 덩실 들어 올리는 탈춤의 춤사위가 절로 나올 법하다.설핏, '콜라가 ~ ' 어쩌고 하는 노랫말이 들리는데,이건 분명 젊은이의 노래다. 아니나 다를까.남자 예닐곱 명이 내려오는데, 고등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청소년들이다.가파른 산길을 정말 가볍게 사뿐사뿐 내려온다.그중 한 녀석은 탈춤 버전으로 '덩실' 한쪽 다리까지 들어 올려 춤을 춘다.내게, 산길에서 크게 들리는 음악 소리는 소음 같아 싫어했는데,이 노래 만큼은 배워, 불러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아, 부럽다. 젊음 얼마나 더 올랐을까?다시 또 노랫소리가 들리.. 2023. 5. 21.
무주채 폭포 요즘 사람들은 왜 이다지 퉁명스러워졌는지, 산길에서 인사라도 할라치면, 무반응. 좁은 길, 비켜 서 준 줄 뻔히 알면서도 무심코 지나가는 이, 비록 길이 가팔라 숨이 차기도 하겠지만, 양보해 준 이에게 인사 한 마디 하지 못할 정도인가. 그래도 말 없음은 차라리 낫다. "꽃이 있습디까?" 이 말은 꽃자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끼리 하는 인사말인데, 정색을 한 얼굴로, "꽃이 없다 해도 어차피 올라갈 거면서"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원, 민망스러워서 꽃을 담고 있는 어떤 이는 뒤에 도착한 사람 들으라는 듯이 "난 누가 옆에 있는 게 싫은 데" 이런다. 허~참, 들은귀를 의심할 정도이다. 이런 말 함부로 내뱉는 부류는 도대체 어느 별에서 왔는가. 땅바닥에 엎디어 쳐들고 있는 궁디를 주 차삐리고 싶다. 예끼. 사람.. 2023. 5. 8.
당진 나들이 아침 비 비낀 하늘, 구름 간간히 흐르는데 해가 나온다. 이른 점심 후 멀지 않은 당진에 나들이 가다. 심훈 기념관, 필경사, Road 1950이라는 카페까지 2023/04/15 심훈 기념관 본명 : 심대섭(沈大燮, 1901~1936) 필명 : 심훈(沈熏) 1926년 동아일보에 영화소설 '탈춤'을 연재하면서 사용하기 시작. 필경사(筆耕舍) : 1934년 고향인 당진 송악읍 부곡리에 직접 설계 및 건축한 집 소설 '상록수' 집필(53일 만에 탈고) 충청남도 지정기념물 107호 상록수(常綠樹) : 동아일보 창간 15주년 기념 장편소설 현상 공모 당선작. 대표 시 : 그날이 오면(1930) 멀리서 본 느낌은 통상적인 시골 초가집 생가 복원인가 했다. 가까이 다가가 내부 구조를 들여다보니 일반적이지 않다. 당시.. 2023. 4. 16.
남쪽을 다녀오다. 나는 기차나 버스를 예약할 때 내측(통로 쪽)을 선호한다. 그전에는 바깥 경치도 볼 겸, 창 쪽이 좋았으나 언제부터인지 내측이 편하다는 느낌이다. 내가 조금 다른 성향인가? 다른 사람은 대체로 창 쪽을 선호하는 것 같다 그러니, 창 쪽은 빈자리가 거의 없어 나는 늘 동행인이 있게 된다. ep.1 나이 듦과 젊음 일곱 시 십삼분 부산행 무궁화 기차. 아침 햇살이 눈 부셔서 커튼을 치니, 창가에 앉으신 여 승객께서 자신은 아침 햇살이 좋으시다고 하신다. 남편과 같이 늘 아침 햇볕을 쬔다고 하셨다. 다시 커튼을 걷어 드렸다. 손과 얼굴, 목에는 인생 주름이 많으시다. 목소리는 낮고 차분하셔서 평소, 예의가 몸에 배신 분이라는 느낌이다. 서로 오가는 대화는 삶, 부산으로 친정어머님을 뵈러 가신다고 말 문은 여신.. 2023. 4.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