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이 나는 이유는 변화에 대한 거부반응이다.
자신이 해내야 할 일 중, 질서가 흩어진 모습을 보면 짜증이 난다.
일을 행하기 전, 흐트러졌을 변수(변화)를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람은 늘 자신이 생각하는 질서 속에 사물이 존재하는 줄 안다.
그것은 자신만의 세상이다.
늘 보아왔던 사물이 변화를 일으키면 혼란스럽다.
뱃멀미가 그렇다.
배를 타고 강이나 바다로 나가면 물결이 일렁이고 배가 흔들린다.
평소 육상에서는 딛고 선 땅이 흔들림이 없었지만 배 위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흔들리는 환경에 적응하려니 어지러운 것이다. 이럴 때는 색 짙은 선글라스를 착용하면 좀 나아진다.
적응하려는 눈의 피로를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수상가옥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육지에 발을 디디면 육상 멀미를 한다.
움직여야 할 대상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인데,
모두가 적응의 문제이다.
곧 해소되는 일이므로 짜증 또한 낼 일이 아니다.
색 짙은 안경을 끼고 회피하거나, 맞부딪혀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
단지 일시적인 부적응이겠거니 하면 잠시 후 사라진다.
이성이란 것은 이럴 때 필요한 것이다.
마음 편안한 상태에서 책 속 글줄에서나 이성을 구하는 것은 별 쓸모가 없다.
마음을 다스리는 일은 산속 바위에 앉아서 하는 명상에서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짜증이 나는 이유를 부적응의 문제로 생각해 보았다.
젊어서는 세상의 중심이 나에게 있는 줄 알지만,
점차, 존재하는 모든 사물이 의미 있다는 것을 알아가게 된다.
어찌 나만이 사는 세상이겠는가.
*바보여뀌-마디풀과 한해살이. 습한 곳에 자라며, 여름에 꽃이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