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력으로 치면,
열흘이 지나야 꼭 일 년이 되는 시간
아버지 제사를 모신다.
고모님이 또 어제 세상을 떠나셨다.
그러면, 제사가 이틀 상간이 된다.
아버지 기제사를 모시고 고모님을 뵈러 갈 생각이었는데,
흙으로 돌아가셨다.
樹欲靜而風不止(수욕정이풍부지)
子欲養而親不待(자욕양이친부대)
나무가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이 봉양하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논어-한씨외전(韓氏外傳)》
실감하는 날이다.
아직은 초봄인데, 날씨가 따뜻하다.
남쪽에는 이미 매화가 한창이고 냉이꽃대가 한 뼘보다 더 자라 흰 꽃을 피웠다.
2019/03/06-07

매화향기는 모르겠는데,
화사하게 피었다.


꽃받침이 녹색인
청매

아직, 수줍게 숨어 핀 동백도 있다.
동백의 또 다른 꽃
돈나무도 씨방을 활짝 벌렸다.
로제타 모양을 하고선 꽃대를 조금만 올린 냉이
잎이 풍성하다.
언덕 아래 냉이는 바람거시라 꽃대를 쑥 올렸다.
하얀 꽃이 누구의 글에서처럼 소금을 뿌린 듯하다.
여기 광대나물도 그랬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 심었을 테지,
무스카리 파란색이 바닷가와 잘 어울린다.
토종 민들레가 풀밭에 점점이 박혀 노랗게 피었다.
귀해진 토종 민들레가 여기에는 흔하다.
봄은 역시 노란색이 잘 어울린다.
돌보지 않아도 수선화는 잘도 봄을 안다.
그것도 돌담과 어우러져
"봄은 이러하다"고 떠들지 않고 그림으로 보여준다.
봄이어야 볼 수 있는 그림.
어디서 온 줄도 모를 낯선 손님이라도 불쑥 마당으로 들어설 것만 같다.
하지만, 초면에도 불구하고 봄 이야기를 긴 시간 나눌테지.
만년청
남부지방과 일본에 자리잡고 산다.
돌담과 냉이 꽃
대문간에 유자나무는 아직도 푸르다.
70년대의 모습을 보이는 돌담집
어릴 때,
이 집 마당 한 쪽 우물가에서 청포도를 따 먹은 적이 있다.
그때는 초록색 포도알이 덜 익은 줄 알았다.
그게 청포도인 줄 몰랐었다.
앵강만의 검은여(암초)
고모님이 살았던 마을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
썰물에 키 큰 몰이 바다에 누워있다.
돌아오는 길에 또, 뒷 집 형수의 임종 소식을 듣게 되었다.
'메모 > 숲, 나들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얼레지의 봄 제전 (0) | 2019.04.11 |
---|---|
계정숲의 쇠뿔현호색 (0) | 2019.03.25 |
고향친구 나들이 (0) | 2019.03.04 |
7번 국도의 끝 (0) | 2019.02.15 |
Great Britain & Ireland의 여름 풍경 (0) | 2018.08.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