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자꽃은 좋은 냄새를 풍겨낸다.
내 어린 시절, 여름이 되면 학교 정문을 향하는 짧은 오르막 좌우에는 하얀 치자꽃이 만발했다.
그 향기롭던 꽃은 가끔 장난감 물레방아가 되기도 했는데,
커서도 결코 잊을 수 없는 마음속 깊이 새겨 넣어진 고향 내임새가 되었다.
몇 년 전, 이웃집이 이사하면서 처분한 꽃치자를 집으로 들였다.
치자나무는 추위에 약해서 중부지방에서는 밖에서 겨울을 나지 못한다.
지극정성까지는 아닐지라도, 가지도 쳐주고 자주 물도 주었더니 해마다 꽃을 맺어 보살핌에 보답하는 듯하다.
식물도 이렇게 만나지는 인연이라는 게 있나 보다.
강화도에는 유기견이 많다고 한다.
개가 다리를 건너 찾아오기 어려울 거라는 생각에 그곳에 유기를 하나 보다.
한 번 맺은 인연을 함부로 끊을 게 아닌데, 현대를 사는 젊은이들의 생각이 안타깝다.
버리는 그 맘도 물론 아프기는 했겠지.
어젠가? 화단에 버린 난이 있어 거두어 왔다.
한때, 취업이나 승진에 난 분을 선물하던 때가 있었는데, 키우다 말라버린 난을 가끔 버리기도 한다.
집에 세 개의 난 분도 그런 것을 거둔 것인데, 이제 한 녀석이 더 늘었다.
소나기가 예보된 주말에는 선제비꽃을 보러 다녀왔다.
느낌으로는 현재 유일하다고 알려진 양산의 자생지에서 씨앗을 받아 이곳에 뿌린 것 같았다.
아무튼, 튼튼하게 잘 자라고 있었는데, 토지 소유가 어떻게 되는 건지, 도로변이라 개발될 가능성이 높아 습지 자체가 사라질 것 같았다.
물부추를 담긴 했는데, 역시 건성으로 담았다. 포자낭이라도 봐야 하지 않았나, 에구 초보야.
군남댐에도 들렸지만, 시간상 실별꽃은 못 찾고 열매 맺은 나도국수나무만 보았다.
정보 없이 다니다 보니 기름값을 못한다.
버들까치수염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데, 내년쯤에는 볼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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