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페적인 사랑을 넘어서서 그는 모든 것을 초월한 신이 되었다.
내가 그 들 부자를 처음 목격한 것은 이미 여러 해가 되었다.
근처 공원을 운동삼아 산책을 시작하던 때였는데, 어디선가 짐승의 그것 같은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는 게 아닌가.
분명 사람 목소리이긴 한데, 고통을 호소하는 듯한 괴성이었다.
소리의 출처라 생각되는 곳에는 신체가 부자연스러운 아이와 그 아버지로 보이는 두 사람 있었다.
아버지와 아이의 몸은 서로 묶여있었고 그 상태로 걷는 운동을 하고 있었다.
난, 아버지인 듯한 사람의 다그치거나 제지하는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저 묵묵히 그의 자식을 부축하고 걸을 뿐이었다.
거리에서 지체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보아 왔지만 그 아이는 걷는 것조차 혼자서는 어려운 상태인 듯했다.
아마도 그래서 서로 몸을 묶었는 듯했다.
그 모습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한편, 자식 가진 부모가 걸머진 멍에의 무게는 가늠조차 어렵다.
남부지방에 많은 비를 뿌렸던 장마전선이 중부지방까지 올라왔다.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점심때가 되어도 그치지 않더니 오후 들어서 잠시 잦아들었다.
이발을 할 때가 되긴 했어도 차일피일 미루었더니 주말에 사람 만날 일이 생겼다.
장맛비 속을 걷기 싫었지만 우산을 받쳐 들고 길을 나섰다.
빗줄기는 가늘어졌지만 바짓가랑이와 운동화가 젖어들었다.
공원을 지나가는 길.
낯익은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데 이 빗속에 장화 신은 두 사람이 우산 하나 받쳐 들고 흐느적거리며 걸어오고 있다.
아버지는 연신 흐트러지는 그의 아들을 부축하며 몇 발자국 옮기다 서고 또 걷는다.
아! 나는 신을 보았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했는데
하늘이여! 그 아버지의 뜻이 이 땅에서 이루어지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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