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금산
절뒤골에서 정상, 순천바위 돌아 복곡 주차장
2014/12/18
유년 시절 경험한 나뭇길이 아련해 그 길을 더듬었다.
하지만 시간 속에 변하지 않는 것이 있겠는가.
만물이 무상(無常)하다.
<청미래덩굴>
간밤 내린 비,
나뭇잎에서 후두두. 물세례가 차갑다
...길을 찾지 못해 헤맨다.
<발풀고사리>
고랑 왼편은 절뒷골.
옛 어른의 말씀이, 스님 한 분이 빈대를 잡으려다 절을 태웠다지.
희미한 길의 흔적
마음은 옛길에 있고, 몸은 길 없는 곳을 헤맨다
<풀고사리>
남녘의 숲엔
겨울 속에도 여름 초록이 있다.
그러나 이 계절이 어김없이 겨울임을
고드름은 증명한다.
헤집고 올라선 능선.
저실 갈바람이 나뭇가지를 세차게 흔들어도
낙엽으로 덮인 능선길은 따뜻하게만 보인다.
원천에서 오르는 긴 골이 오른편으로 비스듬히 내려다보이고,
저 멀리 부소대는 부소의 맘같이 홀로 외롭다.
정상부근,
순천바위가 건너다보이는데,
복골의 펑퍼짐한 골이 겨울잠에 푹 빠졌다.
시선을 동쪽으로도 두어보고,
다시 순천바위로 향해본다.
북서풍이 왼뺨에 차갑다.
정상에 세워진 봉수대
금산의 정상은 특별히 우뚝 솟아있지 않다.
펑퍼짐한 모습.
금산의 모양이 남쪽은 바위군으로 가파르고, 북쪽은 복골로 비교적 완만한 경사를 이룬다.
남쪽 빛내림 속에 상주포가 있고,
멀리는 소치섬이 한가롭다
미조 앞 다도해는 안개 속에 묻혔다.
대장봉의 모습은 과거 달력 배경그림으로 자주 등장했었다.
방향을 바꾸어 보니 다른 느낌.
형리바위는 아직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남해지맥을 걸으며 들려보는 순천바위.
할아버지가 그러셨지.
저기 순천방우에서 해가 올라오면 해가 막 길어진 거라고.
여름이 깊어지면, 앵강만에서 맞는 일출은 여기 순천바위에서 오른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로,
현재 신전리에서 접근하는
등산로(옛 나뭇길)는 입산금지구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