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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숲, 나들이

남해 바래길

by 寂霞 2015. 1. 4.

 

남해 바래길-앵강다숲길

화계, 용소, 미국마을, 두곡 선창, 월포 해변, 숙호 솔숲, 홍현 석방렴, 가천 다랭이 마을

2014/12/23

 

 

화계에서 용소 어장막을 지나 농로를 걸어 미국마을 가는 길.

멀리는 설흘산이 높고, 주변 논밭에는 농부의 시금치가 지천으로 퍼렇다.

 

 

 

아홉 시 사십 분경 읍내로 향하는 군내버스가 미국마을을 막 지나고,

버스에 길을 내어준 경운기 소리가 엷은 겨울 햇살을 타고 퍼진다.

 

 

 

미국마을 가로질러 주차장으로 오르면, 월포로 향하는 이정표.

복곡에서 남면으로 이어지는 긴 농수로가 함께한다.

 

 

 

남녘의 겨울,

바람이 뺨에 닿는지 마는지, 

이런 날은 웃옷은 벗어 허리에 묶는 게 좋다.

햇살 퍼진 아침의 허리깨

바다는 잠을 자고 물오리떼 헤엄이 한가롭다.

 

 

 

아기자기한 맛을 느끼게 하는 두곡의 바닷가,

적당한 거리에 서면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걸어가 닿게 될 월포해변.

둥그스름한 해안이 달의 모양을 닮아서 월포인지, 

아니면 달빛 은물결 고운 바다라 월포인가

월포는 해수욕장이 있는 조그마한 어촌이다.

 

 

 

걷다가 돌아보면 모습을 달리해 보이는 풍경들

거울같은 바다, 먼 산은 수면에 잠기고 수정같이 투명한 물속 자갈돌이 곱다.

 

 

 

월포 바닷가 전경.

느릿한 걸음으로 걸으면 좋겠다.

 

 

햇빛이 물결에 부서져 윤슬 고운 물가.

젖은 자갈돌 반질 곱다.

 

 

 

송악 군락을 만난다.

두릅나무과의 상록수, 주로 해안가에 자라는데, 크고 무성하다.

 


 

월포를 지나자 길은 바닷가 둔덕으로 이어진다

길의 운치는 나무와 함께 좁은 듯 굽어지는 데 있다.

이곳이 그런 맛을 준다.

 

 

 

길이 굽어지면

다음 풍경이 기대되고,

 

 

 

지나온 길 돌아보니

흔적은 뱀처럼 굽이져 뒤를 따른다.

 

 

 

숙호.

바닷가에 솔숲이 있다.

큰바람 막아주고, 여름 그늘은 시원하다.

바닷바람을 잘 견뎌내는 해송.

 

 

 

숲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드니

소라고둥이 많이 잡혀서 이름 붙은 난라(螺) 동네(홍현)가 지척이다.

 

 

 

석방렴이 마치 그물을 둘러친 듯한데,

지족의 죽방렴은 지금도 성업 중이다.

 

 

 

홍현을 지나면 해안은 가파른 절벽,

길이 높아지니 풍경이 시원하다

멀리 소치섬.

 

 

에움길 몇 굽이 돌면 가천 다랭이 마을.

굽이진 길모퉁이 돌 때마다 툭 터진 조망에 걸음을 멈춘다.

 

 

 

잠시 서성거리다

기어코 앉아

시선을 주어 보낸다 저 멀리 바다 끝 닿은 곳까지

 

 

 

겨울이어서 더욱 푸른 대나무,

 

 

 

양지바른 곳엔 제철 잊은 흰애기낚시제비꽃 한 송이도 피어있다.

 

 

 

길은 툭 끊어진 듯,

급히 돌아서면 다랭이 마을이 그 곳에 있다.

 

 

 

응봉산에서 흘러내린 줄기와 다랭이 마을

 

 

 

발걸음의 피로를 잊게 하는 풍광

삶의 무게 잠시 내려놓고 무심해지자

 

 

 

길은 이어지고,

 

 

 

굽어지고,

 

 

 

오르기도,

 

 

 

내리기도 하면서,

 

 

 

여기까지 와 이제 섰다.

 

그리고 무심히 내려다본다.

한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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