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찬 이슬 맞고서야 개화하는 국화는
그 맑은 정신이 가을 하늘만큼이나 높아 보인다.
요즘은, 절개(節介)라는 말을 잘 사용하는 것 같지 않아 보이는데,
시대정신이 허물어졌든지, 개인의 의지가 약해졌든지 간에 쓰임새가 줄어들었다.
적당히 타협하고, 적당히 눈감아 버리려는 풍조가 만연해진 지는 오래고,
집단적 항의 표시로 어깃장을 놓아 비타협적 이익을 취하려는 경향도 있다.
첫눈이 내렸다.
머리에 차가운 눈을 얹고도 의연해 보이는 국화가 눈에 띈다.
서설(瑞雪)을 이고 있는 황국 옆에 오랫동안 서성거렸다.
2019/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