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첨지에게, 한동안 없던 손님 한꺼번에 많은 날,
"운수 좋은 날"이라고
현진건은 이렇게 역설적으로 말했다.
"오늘은 나가지 말아요"라며 몸이 아픈 김 첨지의 아내는 일 나가는 남편에게 애걸하듯 말했지만···
··· 인력거꾼 김 첨지의 그날은 평소와 달리 수입이 좋았다. 그랬다. 귀가할 때까지는 운수가 좋은 듯했다.
손님이 끊임없이 있었으니.
무언가 겹치는 그런 날이 있다.
개나리가 피는 봄이다.
국립공원 북한산 깃대종이 '산개나리'라 하는데, 멀지 않으니 한 번은 보고 싶었다. 도대체 얼마나 다른지.
하지만, 무릎이 시원찮은 나는 바위산을 싫어해서 북한산에서 산개나리 찾는 일을 미뤄두고 있었는데,
백운대 탐방지원센터에서 아주 가까운 무당골 입구에 자생지가 있다 하지 않는가. 솔깃했다.
그리고 북한산성 탐방지원센터 쪽에는 복원지도 있다 하고.
가보자!

ep.1 버스
전철역 연계 버스를 검색하니, 바로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등산화 끈을 묶으며 시간을 절약했고,
멀지 않은 정류장을 향해 달리듯 했는데, 버스는 떠나고···ㅠ.
다음 버스를 검색하니 20여 분 뒤에 온단다.
'그래, 급하게 나섰으니 커피라도 한잔 하고 오자'하며 다시 집으로 돌아와 여유를 부린다.
다시 집을 나서는데, 시간이 결코 넉넉한 것이 아님을 직감하고 또 종종걸음으로 향했더니, 진입한다는 버스는 없고, 다음 차는 또다시 20여 분 후에나 온댄다.
하! 고양이 같은 나에게 은근 화가 난다. 고양이가 제 행동만 빠른 줄 알고 지나가는 차에 뛰어드는 꼴이라니.
아니, 여유 있게 기다리면 오던 버스 타이어 펑크라도 나는가!
대체 수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경우에도 의미 없는 오기?가 발동한다. 시간 아까운 줄 모르고.
역시, 두 번의 경험은 중요했다. 비록 치매 환자일지라도 정신 바짝 차릴 것 같았다.
멀리 가지 않고 주변에 민들레나 살피면서 수시로 시간을 체크하게 된다. 고양이는 무슨!
차 두 대를 보내고서야 드디어 승차.



ep.2 전철
신사역에서 탄 전철은 약수역에서 바꾸어 타야 된다.
약수, 약수, 약수 잊으면 안 되지,
왜 우리나라 지명에는 비슷한 이름이 많을까?
'약수, 옥수, 약수, 옥수' 이런! 그냥 옥수에서 내려버렸다. 봉화산 방면을 찾으니 뵈질 않네, 중앙선 어쩌고만 보이고.
젠장. 또 기다림
하산 후,
계획에 없었던 산을 넘어가는 등산을 감행했기에 구파발역에서 다시 신사역으로 와야 한다.
산성입구에서 탄 버스는 복잡했다.
구파발역, 버스에서 내려서니, 많은 등산객들이 종종걸음을 한다. 이는 곧 전철이 도착한다는 신호.
뒤질세라 무리에 끼어 따라가니 전철 입구를 찾을 것도 없이 엘리베이터를 타네,
나도 눈치백단은 된다는 자부심 가져본다.
역시 그랬다. 전철은 바로 도착을 하고 볼 것 없이 끼어들었다.
그런데, 아뿔사! 전철은 왜 불광역 쪽으로 가지 않고 지축으로 가는 겨!
오늘은 기다림에 지쳐가는 날인가 보다.

ep.3 산개나리
김 첨지는 돈 버는 일이라도 겹쳤지.
난 먼가!
산으로 드는 길목, 백운대 탐방지원센터를 막 지나니,
태백제비꽃, 고깔제비꽃, 노랑제비꽃, 미색의 산괴불주머니가 마구 반긴다.
기분이 괜찮다.
조금 오르니 길가에 개나리가 보이는데, 바로 무당골 입구다.
그래, 자생의 산개나리를 보게 되다니 흐뭇했다.
그런데, 많이 자란 것은 아니지만, 잎 뒷면에 기대했던 털이 보이지 않는다. 이게 뭐지? 산개나리는 잎 뒷면에 털이 있다 했는데, 할 수 없이 개울가로 늘어진 가지 하나를 잘라보기로 했다.
아뿔싸, 구멍이 뻥 뚫려있지 뭔가? 산개나리는 골속이 차있다 했는데,
머리가 복잡하다. 여기까지 왔는데, 산을 넘어 북한산성 탐방지원센터 쪽으로 가야 하는가 오늘은 여기서 끝내야 하는가?
고민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가자! 가보자. 뭐 요새는 무릎, 고관절 치완술도 발달했다 하더만.
그래서, 생각지도 못했던 산을 넘는 일을 감행했다.
차라리 북한산성 탐방지원센터에서 올랐으면···
'산개나리 복원지'라고 떡허니 팻말까지 있더만.
살펴보니 잎 뒷면에는 털도 있고, 여기까지 온게 억울해서? 부실한 가지 잘라보니 골속도 차 있었다.
그렇게 산개나리를 보았다. 그런데, '산개나리'는 그냥 봐서는 구분 못하겠더라,




식물 구분이 이제와서 나에게 뭐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 뒤늦게 뭔 청승을 떠는지 모르겠다.
그냥, 산길을 걸을 때면 길가의 나무나 풀의 이름을 불러주고 싶을 뿐이었는데,
학계에서는 구분할 이유야 당연 있겠지만, 일반인에게 식물 분류는 너무 복잡해서,
쬐끔 아는 것으로는 오히려 이름 부르기가 곤란해졌다.
앎의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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