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지난 지 열흘이 넘었다.
입춘 추위는 없다고 봐야겠는데, 이대로 봄이 올 리야 없겠지만
예년보다 일찍 산골짝 두꺼운 빙벽은 녹았고,
이제, 그 흔적들만 남아 겨울이 끝나감을 말해준다.
한국앉은부채 얼굴이 궁금해서 골짜기로 내려선다.
여름 폭우로 골짜기 환경도 많이 변했다.
볼거리가 많았던 이끼는 청소한 듯 쓸려 내려갔고,
겨우 남아있는 '미선초롱이끼'만 눈에 띈다.
다양한 이끼를 다시 보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고로쇠나무에 물이 오르고, 숲의 새들은 목소리 높다.
큰산개구리 역시 산란을 시작했다.
그들은 이미 봄을 맞이하고 있었다.
중부지방에도 복수초 개화 소식이 올라온 걸 보면,
아마도 한 주일 이상 봄이 빠르게 시작되는 것 같다.
몇 년 만에 가장 따뜻한 1월이었다고 하지 않는가.
無常.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
새싹이 머리로 땅을 밀어 흙이 부푼 모습을 본다.
생명이 숨 쉬고 있음이라.
각두를 벗어던지지 못한 상수리가 있어 땅에 묻어준다.
올해는 산 벗을 좀 만나나 했더니,
산길 좀 걸었다고 다시 다리 통증이 재발하였다. 쉬이 낫질 않으니 답답하다.
시간은 기다리는 법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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