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이 시작되었지만, 유월이라 말하고 싶다.
뙤약볕이라는 단어가 이 봄에 낯설지가 않으니.
산길로 접어드는데, 길 가 텃밭을 가꾸시는 초로의 아저씨가 카메라를 든 나에게 관심을 보이신다.
핸드폰을 꺼내시어 사진을 보여주면서 무슨 꽃인지 알겠느냐고 말씀하신다.
접사로 크게 담은 사진이라 알아보기 어렵다.
모르겠다고 하니, 저기 저 마로니에 꽃인데, 담으라고 알려주신다.
또 다른 사진을 보여주시는데, 역시 접사로 담으시어 알기가 어렵다.
자신의 텃밭에 심지도 않았는데, 자란다고 보고 가란다.
가서 보니 금낭화였다.
금낭화라는 이름을 모르는 눈치셨다.
그냥, 취미로 꽃 사진 담은 지 4년이 되셨단다.
좋은 취미를 가지셨다고 말씀드리니 기분이 좋으신 듯해 보였다.
굳이 이름을 몰라도 꽃은 피고 진다.
꽃은 자신의 향기로 누구에게나 기분을 좋게 한다.
가로수 이팝나무가 한창이고,
개울로 내려서니 큰물칭개나물이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개울가 둑은 벌써 풀베기를 했다.
그 속에서 상처받지 않은 큰개불알풀, 봄맞이가 방그레 웃는다.
풀을 벤 아저씨의 센스!
붓꽃을 남겨 놓았다.
숲 속을 걸으니 신발, 바짓가랑이가 온통 노랗다.
송홧가루가 온 산을 덮었다.
소나무는 이 계절에 바람이 부는 줄 안다.
지난해도 그랬고, 내 어린 시절에도 그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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