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고 밖에 나서니, 짙게 내려앉은 운해오줌이 마치 이슬비 내리는 듯하고,
바람까지 불어대니, 비를 그을 수 있는 처마조차 비가림이 될 수 없었다.
해가 중천일 텐데, 바다 등대는 그 뿌연 울음을 그칠 줄 모른다.
남으로 내려온 김에 끈끈이귀개, 조도만두나무, 실거리나무를 찾아보고,
두륜산을 오른다.
지도에 연필 한 자루 올려놓은 듯,
다산초당이 있는 만득산에서 석문, 덕룡, 주작으로 이어진 바위산 줄기는
두륜산에서 우뚝 솟고는 미황사가 자리한 달마산으로 해서 땅끝까지 일직선을 이룬다.
바윗돌이 우뚝하니 산세가 예사롭지 않다.
북미륵암, 남미륵암.
옛사람들은 바위산 곳곳에 미륵을 조각하고 손바닥이 닳도록 致誠을 올렸다.
부뚜막 조왕신 정화수에 기도하던 할머니 생각이 잠시 스친다.
습한 날은 바위산을 피하는 것이 좋겠다.
물기 머금은 돌과 진흙길은 매우 미끄러웠다.
<진도에서>
생각은 비우자 하면서 또 채우고, 채워 넣은 것은 또 흘러 비워져 버린다.
단순한 욕구는 아닐 테고 허전함인가.
들숨 다음엔 날숨이 따르는,
그 이치를 나는 모른다.
'메모 > 숲, 나들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악산 이노리나무('25.6.10.) (0) | 2025.06.11 |
---|---|
춘천 오봉산, 용화산('25.5.28.) (0) | 2025.05.30 |
장흥 천관산('25.5.19.) (0) | 2025.05.20 |
접도 남망산('25.5.14.) (0) | 2025.05.15 |
황매산('25.5.13) (0) | 2025.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