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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일상

산천보세(山川報歲)

by 寂霞 2024. 1. 24.

 

고개를 넘으니 장갑 속 손가락이 시리다 못해 아린다.

대한 추위다.

 

지낸 겨울마다 대한추위라고는 하지만 늘 소한추위만 못한 것으로 생각되었는데,

올겨울 대한(大寒)은 그 이름값을 제대로 한다.

 

그래도 낮 시간이 조금씩 길어지는 것으로 보아 봄은 멀지 않다.

이미, 남쪽에서는 복수초 소식도 들려온다.

 

올겨울 눈, 비가 잦은 탓에 산길이 꽤나 질퍽거린다.

 

 

집안에는 이미 봄이 왔다.

올해도 어김없이 산천보세가 꽃을 피웠다.

아래에서부터 피어올라 가는데, 먼저 핀 송이는 벌써 열흘이 다 되어간다.

지난봄 들여온 히야신스도 벌써 손가락 두어 마디 정도로 잎이 길어졌다.

은은한 난의 향기와는 대척점에 서 있다고 할 그 진한 향기도 기대된다.

향기의 독특함이야 자신의 고유한 DNA인 개성으로 표출되는 법이니까,

그들이 보았을때, 취향은 타자에 달려 있겠다.

나는 은은하게 퍼지는 산천보세의 향이 낫다.

 

 

세상이 좁아져 보인다.

마치 천막 안에서 밖을 내다보는 정도로...

시간도 부푼 풍선 터지듯 공간으로 분해되어 버린 느낌.

생각의 지평을 조금이나마 넓혀보려는 욕심에 책도 뒤적거려 본다.

하지만, 따뜻한 날이 오면 책보다는 산천을 헤매어 보리라.

 

산천보세의 진한 향이 봄소식을 미리 전해주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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