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793 모과가 툭 떨어졌다. 바람 차다는 소리가 두어 번 있었지만, 겨울 초입 같지는 않다.늦여름 길어져 시월이어도 단풍들 생각도 않더니, 요 며칠 사이 잠시 동안 빨개지고 노래지더니 이내 떨구기 시작한다.가을을 통째로 어디엔가 반납하고 떨어진 낙엽만 주워든다. 거두어들인 토란대는 "폭싹 망했쑤다."이상도 이하도 아닌 상태.가을비 잦아 언제 베어 말리나 전주만 울리다가 굵고 실한 대가 모두 꼬구라지고 말았다.그랬고, 비 때문에는 핑계고,사흘이 멀다 하고 부고받았지,, 백내장 수술에,벌초 다녀온 후로 술병까지 난 것 등이 그간 산, 들로 나가지 못한 원인이겠다. 이렇게 들먹거려놓아야 시간이 지난 후 그나마 기억의 끄나풀 잡기가 수월하겠지.이제는 아무리 애써도 한 주 지나면 그저 가물가물하는 게 요즘의 기억력이다.어제만 해도 하루 두.. 2025. 11. 12. 공원의 오후 아침과 밤의 기온차가 크게 나니 안개 낀 날이 계속된다.바람이라도 불면 일찍 개이겠는데, 먹먹한 하루다.미세먼지 농도는 괜찮다고 하니 기침하는 나로서는 그나마 다행. 공원의 나무는 열매를 익히느라 햇살 한 줌도 아쉬운 때다.풀을 깎은 잔디밭은 초봄의 느낌이 난다.내 어린 시절 까까머리와도 같다. 연세 지긋한 아주머니와 청설모가 알밤 줍기 내기를 한다.나는 청설모를 응원했다.가을인게지. 뜻밖에 노랑망태버섯과 참느릅나무 꽃을 보았다. 2025. 10. 1. 벌초 다녀오다.('25.9.20.) 친구의 서천으로 다녀온 고향을 며칠 상간에 다시 다녀온다.오백 년 느티나무도 바다 풍경도 어릴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건만,무심한 시간만 탓하며 사람만 변해간다.풀 깎아드린 조상들도 모두 여기가 어린 시절 놀이터였겠지,이제 저기 저 낯선 젊은이들이 이 자리를 대신한다.'잠시 머물다 간다'는 말을 실감한다. 마음을 일으키는 것은 야은 선생의 시조 한 수뿐 "오백 년 도읍지를 필마(匹馬)로 도라드니산천은 의구(依舊)하되 인걸(人傑)은 간 듸 업다어즈버 태평년월(太平烟月)이 꿈이런가 하노라" 2025. 9. 22. 가을 가을.온다는 기별이야 진즉에 알려왔지만,하매나 올까 이리저리 둘러보았는데어느새 허리춤에 매달려 있었다.머릿수건을 적시는 땀도 줄어들었고,등허리도 덜 축축하다. 오늘따라 바람조차 높은 곳에서 불어내리니이제 바람막이 웃옷 정도는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겠다. 기억은 되돌리는 힘이 있다.생각나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한다.투구꽃을 본 적이 있는 산자락을 오르니 그는 간 곳 없고,아직은 푸른 천남성 열매자루며, 사그라드는 은꿩의다리, 열매 매단 속단 등이 눈에 띈다. 믿음의 방편으로 시각에만 의존하는 것은 편협된 생각이다.의왕 백운산 정상석 주변에는 큰꿩의비름이 산다.송신탑 주변이었는데, 수풀이 우거져 도태되었는지 찾을 길 없다.아쉬운 맘으로 자리를 옮기려다가열악한 남한산성 성벽에 붙어사는 큰꿩의비름을 생각해 .. 2025. 9. 13. 소낙비 약수터는 음용수로 부적합하다는 빨간 글씨를 간판처럼 써 붙였다. 가져온 물로 갈증을 달래고 의자에 앉아 신발에 들어간 모래를 털었다. 산을 내려오는 아이를 보았다.엄마와 함께였고, 중년의 남자도 함께였는데,일행은 아닌 것 같고, 주고받는 대화로 미루어 보아 서로 길에서 만난 듯했다.아저씨는 여러모로 친절한 길 안내자 처럼 보였고 주로 아이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약수터에 이르자,아저씨는 꼬마 아이에게 뭔가를 보여주고 싶은 듯,등목이 뭔지 아느냐고 물었다.옛날 남자들은 더위 식히는 방법으로 등목을 했다고 말하면서,남자라면 한 번 체험해보라며, 웃옷을 벗고 엎드리라고 했다.엄마가 그러라고 승낙하자,아이는 웃옷을 벗고 엎드렸다.아저씨의 찬물 한 바가지에 아이는 소스라치게 놀랐다.아저씨는 아이가 그렇게 놀랄.. 2025. 8. 31. 칠보산 습지('25.8.11.) 당수동 천주교 공원묘원에는 개싸리 개체수가 많이 늘었다.흰전동싸리와 비슷하다고 하지만, 잎을 보면 바로 구분된다.칠보산 진입점으로 당수동 천주교 공원묘원을 많이 이용해 왔는데, 기존에 이용해 오던 노지 주차장은 그물 울타리로 둘러쳐졌다.사유지.께묵과 키큰산국, 가는오이풀, 개쓴풀 등이 자라는 숲 속 묵논도 출입금지사유지라네.끈끈이주걱, 해오라비난초, 숫잔대의 놀이터는 이미 철망에 갇힌 지 오래희귀 식물 보호한다는데,칠보치마 복원지라면서 목책을 넓디넓게도 쳐 놓아 육안으로 볼 수도 없게 만든 복원지덩달아 일광사 옆 묏자리도 사람 드나드는 게 싫은지사유지이니 접근말라시니 벗인 양 찾아든 이 자연에서 마음 한 곳 비우고 또 채워 넣는 일쉽지 않구나사람은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데, 저수지에는 어리연이 한창이었.. 2025. 8. 11.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하얗다.끝난 줄 알았던 장마는 뒤끝이 너무 매서웠다.해마다 반복되는 집중호우, 산사태는 이제 더 이상 기상이변이 아닌 마당에 대비하는 마음이 달라져야 하겠다. 더위에 주저하다가 숲에 들었다.예상이야 했지만, 바람이 없어 무더웠다.자귀나무 꽃술은 듬성듬성 남아있고, 산소 가장자리 풀숲엔 점박이 참나리들이 종알거린다.젖은 낙엽, 흐르는 개울물로 숲은 습했다.이곳저곳에서 버섯들이 몸을 일으킨다.행여 노랑망태버섯이나 눈에 띌까 두리번거려 본다.길가에는 고추나물, 가는장구채가 피었다. 광교산 습지는 지난 가뭄에 지쳤는지 동의나물조차 모습을 감췄다.쓰러진 나무에 옛길이 묻히니, 또 새로이 길을 내어본다.참으로, 시간은 모든 것을 그냥 내버려 두질 않는구나. 2025. 7. 22. 경주 남산(삼릉-금오봉-용장곡) '25.7.6. 삼릉의 소나무 숲은 울창하다.예전, 어느 미대지망생의 소나무숲 그림이 여기 삼릉숲이었다는 것을 이제 알겠다. 용장사곡 삼층석탑은 홀로 고즈넉한 풍경에 잠겨 있다.이웃한 소나무들이 있어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쓸쓸할 뻔 했다. 2층의 기단을 사용하는 전형을 부수고,자연석을 기단으로 삼아 높이를 조절해서 아담한 모습을 담아내었다.키높은 탑이었다면 주변 풍경과 조화롭지 못했을 것이다.남산의 돌이 모습을 바꾸어 다시 남산에 담겼구나. 2025. 7. 7. 중리산 칠보치마 '25.7.5. 장마가 일찍 물러나니 곧바로 한여름 더위가 찾아왔다.남쪽으로 길 나선 김에 짬 산행을 한다.부산 영도 중리산 바다 가까운 산길에서 칠보치마를 찾아보고,늦은 시간에 금정산 고당봉을 오른다. 윤달이 있어선가? 올여름이 길 것 같다. 낙동강 일몰이 아름다운 고당봉 2025. 7. 7. 장마 노랑어리연이 하루 피고 마는 꽃인가?이제 막 개화한 것 같은데, 다음날 그 모습은 간데없었다. 장마라고는 하지만, 경기 남부에는 건장마가 계속되고 있다.개울물은 쫄쫄거리고 하늘의 구름은 옅다.혹, 이러다 또 한바탕 물난리칠 수도...한꺼번에 쏟아붓지 말고 개울물 발목 적실 정도면 안될까요? 구름님! 여름꽃들이 모습을 보인다.개활지에는 큰까치수염과 고삼이,산책로에는 쉬땅나무, 큰낭아초가 꽃길을 만들어 준다.모감주나무도 이제 막 노랗다. 들길을 걷고 싶기도 한데, 열정이 예전만 못하다.꽃치자가 여섯 송이나 피고 지는 데도 흔적 남길 생각을 못했으니,내 관심 밖이어도 꽃은 절로 피고 진다. 2025. 6. 29. 설악산 이노리나무('25.6.10.) 설악의 유월은 바람이 몹시 불었다.간밤, 오색에서 잠을 청하는데, 차가 흔들릴 정도였다.한계령으로 이동하여 산행을 시작한다.여섯 시, 높은 하늘에는 구름이 흐르고, 산봉우리는 거센 바람에도 안개 옷을 입었다.당진에서 오신 분은 첫새벽에 멀리서 왔는데, 곰탕이라며 기운 빠져하셨다.서북능선에 올라서서 내설악을 내려다보고 싶다 하셨는데.일기예보에는 가끔 구름이라 했으니, 헛걸음은 아닐 것이라 위로드렸다. 人生到處 多上手ep 1한계령 시멘트 계단을 밟아 오르는 이가 있었다.주차장에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배웅하는 여성 한 분이 계셨고...옷차림은 등산복 같지도 않았으며, 등에 멘 조그마한 가방과,점심을 담았는지 종이 가방 하나가 덜렁거리며 매달려 있다.한눈에 보아도 설악산을 등산하는 분 같지는 않고, 연세가 있어.. 2025. 6. 11. 광교산 박쥐나무('25.6.6.) 날씨가 더워지자 반소매 옷으로 갈아입었더니,여름 고뿔이 찾아왔다.처음엔 훌쩍훌쩍 콧물 정도로 들려 붙기에 휴지로만 견뎠는데,영 떠날 줄 모르고 축농으로 진득하니 들려 붙는데, 고생 좀 덜 해보려는 요량으로 약을 사 먹었더니콧물감기보다 오히려 약기운에 며칠을 흐물거렸다. 숲으로 들었더니 이제 봄꽃은 떠나가고 여름을 준비하고 있다.박쥐나무 노리개가 한 송이 두 송이 불을 밝힌다.얘들이 일제히 불을 켠 것을 나는 보지 못했다.등 하나 달고서 사그라지면또 하나 등을 매달고,잔칫집처럼 왁자지껄하지 않고고갯길 주막집 지나가는 객 발걸음 하듯,하나, 둘씩 등을 매단다. "들어와서 막걸리 한잔 하고 가셔요." 토란 밭에 들려 잡풀을 매어주었다.낮기온이 갑자기 오른다.설악산 이노리나무를 보고 싶은데, 몸 상태가 영... 2025. 6. 6. 이전 1 2 3 4 ··· 6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