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에 소나기가 대지를 훑고 지나갔나 보다.
아스팔트 바닥이 젖어있다.
산으로 드니 토란 밭 잡초가 무성하다. 특히, 고마리 세력이 유난하고 야산고비, 쉽싸리, 으름덩굴이 성가실 정도로 자랐다.
땡볕에 엎드려 김매기를 하는데, 개미가 떼로 몰려다닌다.
뭔, 개미들이 이렇게나 부지런하나 했더니, 옆에 지렁이가 개미떼룰 쫓고자 몸을 뒤틀고 난리다.
그런데, 지렁이도 한두 마리가 아니다. 웬 개미떼에 웬 지렁인가? 했더니.
그랬다.
원인 제공은 나였다.
지렁이가 내 발자국의 진동을 두더지로 착각해서 빠르게 도망치듯 땅 위로 솟구친 거였다.
그래서 개미가 공격한 거였고.
물고 물리는 생존경쟁.
한 치도 곁눈질 할 수 없는 치열한 삶의 투쟁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적자생존.
자연의 냉혹함은 또 다른 곳에서도,
산으로 옮긴 동백나무가 새잎을 내었는데, 이런!
어떤 녀석의 짓인지 알 수 없으나
부드러운 새잎을 죄다 갉아먹어 버렸다.
동백나무가 자생하는 남쪽에서는 좀처럼 없는 일인데.
대를 이어 터 잡고 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거였다.
생각해 보면 사람의 삶도 다를 게 있겠나.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전쟁과,
허구한 날 뉴스에 오르내리는 사건들.
누군가 그랬지.
인정투쟁이라고.
개미가 나를 물어뜯은 하루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