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짜기 귀룽나무가 푸르다.
주변이 아직은 잿빛이라 더 푸르게 느껴지겠지만,
지금 이 시기에는 독보적이다.
금세 마음이 초록으로 물이 든다.
자주 찾는 이 숲.
가장 먼저 꽃을 보여주는 둥근털제비꽃은 누군가 파서 가져갔나 보다.
휑한 자리가 역역하다.
초봄, 어느 곳 보다도 먼저 꽃을 피워주어 그 기다림이 컸었는데...
아쉬운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옆의 남산제비꽃이 웃어준다.
자기도 동무를 잃었으면서.






동백나무야!

너를 만난 지도 벌써 스물다섯 해가 넘었네.
일곱이나 되던 너의 친구 다 떠나보내고 이제 너 혼자되었는데,
내가 너를 잠시 산으로 옮겼다.
아랫집으로 새로 이사 오신 분이 화분에서 물 떨어지는 것에 예민해서 이런 결정을 했구나.
여름이면 너를 밖에서 볕을 보게 해야 하는데, 이제 그럴 수 없으니...
너도 알지 않니? 지난해 뜰에 내다 놓았더니, 너와 둘만 남았던, 네 친구는 행방이 묘연해 진걸.
그래서, 외롭겠지만 숲으로 옮겼으니 이해를 해야 한다.
혹시, 너를 버린 것이 아닌가 생각할까 봐 이런 말을 해 두는 것이니 그리 알거라.
네가 튼튼히 자라 겨울을 견딜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시 거둘 것이니 마음 편히 지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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