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차나 버스를 예약할 때 내측(통로 쪽)을 선호한다.
그전에는 바깥 경치도 볼 겸, 창 쪽이 좋았으나 언제부터인지 내측이 편하다는 느낌이다.
내가 조금 다른 성향인가? 다른 사람은 대체로 창 쪽을 선호하는 것 같다
그러니, 창 쪽은 빈자리가 거의 없어 나는 늘 동행인이 있게 된다.
ep.1 나이 듦과 젊음
일곱 시 십삼분 부산행 무궁화 기차.
아침 햇살이 눈 부셔서 커튼을 치니,
창가에 앉으신 여 승객께서 자신은 아침 햇살이 좋으시다고 하신다.
남편과 같이 늘 아침 햇볕을 쬔다고 하셨다.
다시 커튼을 걷어 드렸다.
손과 얼굴, 목에는 인생 주름이 많으시다.
목소리는 낮고 차분하셔서 평소, 예의가 몸에 배신 분이라는 느낌이다.
서로 오가는 대화는 삶,
부산으로 친정어머님을 뵈러 가신다고 말 문은 여신 후, 서로 간 대화는 대전까지 이어졌다.
여든이 가까워 지시는 연세.
벙거지를 쓰셨지만, 귀밑으로 흩어진 윤기 없는 흰 머리카락, 오래된 신발과 손잡이가 접어지지도 않는, 낡은 여행 가방,
그러하셨다. 세월을 거느리고 계셨다.
나는 대전에서 ktx를 갈아타야 한다.
부산에서 친구의 아들 결혼식이 이른 시간이니, 부산행이긴 하나 무궁화 기차로는 제시간에 댈 수는 없다.
환승.
예매할 때 창 쪽 자리가 빈자리였지만, 역시 내 자리는 통로 쪽이다.
자리를 찾으니, 창쪽에 젊은 아가씨가 앉아 있다.
이런 경우 나는 조금 미안해진다.
내 눈에는 - 생면부지일지라도 - 젊은이는 젊은이끼리 앉아 가는 게 좋아 보였다.
나도 나이가 적지 않으니, 무궁화 옆자리 손님처럼 예의가 있어야 한다.
혹시, 전화나 문자가 올지 모르니, 오른쪽에 있던 핸드폰과 손수건을 미리 왼쪽으로 옮겨 놓는다.
오른쪽을 뒤적거리다 보면 옆 사람에게 방해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여성이라면 더욱더.
대화는 물론 없다.
들어오는 메시지, 카톡 몇 번 들여다봤더니, 금세 배터리가 닳는다. 그래서 충전기를 가지고 다니기도 하는데,
아, 이럴 때 창 쪽 자리가 필요한 거였다. 이건 예상 밖이라.
하지만, 충전 좀 하겠다고 말을 걸 수가 없었다.
얼굴 화장을 열심히 고치고 있는데 방해가 될 것이다.
고치고 또 고치고 손거울 들고서 이리 보고 저리 보고,
윤기 나는 검은 머리카락 이리 넘기고 저리 넘기고,
대전에서 부산까지 줄곧.
아, 젊음이란 이런 것이구나!
이런 모습에 무궁화 속 그 할머니가 오버랩 되고,
더불어, 같은 부산행이지만, 무궁화와 ktx의 이미지가 겹쳐 떠 오른다.
아마도 ktx는 무궁화를 거리상 한 참 전에 추월했을 것이다.
하지만, 세월 만큼이나 무거운 무궁화도 역시 부산을 향해 가고 있겠지.
ep.2 삶이란.
부산에서 친구 아들 결혼식에 참석하고, 동창 모임에 가는 길.
두 가지 일이 겹치니, 이동 거리도 길고 새벽부터 움직이느라 약간 피곤하다.
휴대전화에서는 동창회에 참석하는 이들이 서로 반가운 대화를 하느라 단톡방이 바쁘다.
코로나로 인해 서로 본 지 오래되었으니, 반갑기도 하고,
모처럼 사람 사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어디에서 출발한다느니, 나도 몇 시에 출발했는데, 지금 어디쯤 가고 있다는 둥.
폰 안에는 그런 즐거움이 한가득이다.
그런 단톡방에 친구 모친상 부고가 올라온다.
금일 새벽 *시 **모친 별세, 발인은 ........
갑자기 단톡방에는 정적이 흐른다.
喜와 悲
삶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