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린다던 비는 겨우 이슬 정도에 그쳤고,
바람은 꽤 세게 숲을 쓸고 지난다.
지난여름, 가뭄과 폭염은 토란밭을 주저앉혔다.
겨우 몇 개체 베는 둥 마는 둥.
이삭 줍기 정도였다.
역시 농사는 하늘이 짓는 게 맞다.
산길에 도토리가 지천이다.
올 도토리 농사는 풍년인가 보다. 예년 보다 눈에 많이 띈다.
청설모, 고라니 살이 오르겠다.

연보랏빛 쑥부쟁이 한 번 만나 보려 했더니,
구청에서 산길까지 잡초 제거를 하는 바람에
길이 휑하다.
산길에 볼만했던 구절초는 조상님 산소 벌초에 그 자취를 감췄다.

여름부터 손주 등원을 책임졌더니,
어느새, 가을은 저만큼 떠나가고 있었다.
오래된 기침이 잠잠해지면 짬산행을 이어가야겠다.











가을은 깊어가고 있었다.
가을, 스산해진 바람 속에서도 꽃을 내어놓으니.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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