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는 음용수로 부적합하다는 빨간 글씨를 간판처럼 써 붙였다.
가져온 물로 갈증을 달래고 의자에 앉아 신발에 들어간 모래를 털었다.
산을 내려오는 아이를 보았다.
엄마와 함께였고, 중년의 남자도 함께였는데,
일행은 아닌 것 같고, 주고받는 대화로 미루어 보아 서로 길에서 만난 듯했다.
아저씨는 여러모로 친절한 길 안내자 처럼 보였고 주로 아이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약수터에 이르자,
아저씨는 꼬마 아이에게 뭔가를 보여주고 싶은 듯,
등목이 뭔지 아느냐고 물었다.
옛날 남자들은 더위 식히는 방법으로 등목을 했다고 말하면서,
남자라면 한 번 체험해보라며, 웃옷을 벗고 엎드리라고 했다.
엄마가 그러라고 승낙하자,
아이는 웃옷을 벗고 엎드렸다.
아저씨의 찬물 한 바가지에 아이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저씨는 아이가 그렇게 놀랄 줄 몰랐는 듯
연신 미안하다고 말한다.
"아저씨가 갑자기 물을 끼얹어서 미안해, 미안해..."
그러고, 아이 엄마에게도 시원하니 손이라도 담가보라고 권하신다.
산을 내려가는 길은 외길
그럼에도 아저씨의 친절한 길안내는 계속된다.
그의 과잉친절에 엄마는 다소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들이 떠난 후로 약수터를 찾는 사람은 없었다.
발걸음을 옮기니 습기 가득 머금은 바람이 온다.
간간이 떨어지는 빗방울이 굵다.
이건 소나기가 올 징조다.
하늘마저 검어지니.
다시 되돌아 약수터 옆 정자에 올랐다.
강하게 쏟아진다.
그냥 걸었으면 물에 빠진 생쥐꼴 될 뻔했다.
후드득, 후드드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