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일상499 적자생존 새벽에 소나기가 대지를 훑고 지나갔나 보다.아스팔트 바닥이 젖어있다. 산으로 드니 토란 밭 잡초가 무성하다. 특히, 고마리 세력이 유난하고 야산고비, 쉽싸리, 으름덩굴이 성가실 정도로 자랐다.땡볕에 엎드려 김매기를 하는데, 개미가 떼로 몰려다닌다.뭔, 개미들이 이렇게나 부지런하나 했더니, 옆에 지렁이가 개미떼룰 쫓고자 몸을 뒤틀고 난리다.그런데, 지렁이도 한두 마리가 아니다. 웬 개미떼에 웬 지렁인가? 했더니.그랬다. 원인 제공은 나였다.지렁이가 내 발자국의 진동을 두더지로 착각해서 빠르게 도망치듯 땅 위로 솟구친 거였다.그래서 개미가 공격한 거였고.물고 물리는 생존경쟁.한 치도 곁눈질 할 수 없는 치열한 삶의 투쟁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적자생존.자연의 냉혹함은 또 다른 곳에서도,산으로 옮긴 동.. 2024. 6. 1. 박쥐나무 박쥐나무가 등을 달 때가 되지 않았나? 산을 오르니 골짜기 습지에 노랑꽃창포가 환하다.찔레나무꽃, 아카시나무꽃이 길에 하얗게 떨어지고,가막살나무 흰 꽃, 국수나무꽃도 이제 시즌을 마감하고 있다. 봄비 잦다 했지만, 산개울은 거의 실처럼 가늘어졌다.뜻밖에 백미꽃을 보았고, 선씀바귀, 엉겅퀴, 땅비싸리를 담았다. 2024. 5. 24. 창성사지 몇 년 동안 발굴조사를 하더니 완료를 했나 보다.금줄은 걷혔고 발굴 시 파헤쳐졌던 조사지도 평탄화 시켰놓았다.보물로 지정된 창성사지 진각국사탑비는 방화수류정 옆으로 이전시켜 놓았다니(1965년), 방화수류정을 들러보아야겠다.수원에 머무르면서도 향토사학에는 무지렁이다. 자전거 동호회원들이 여기로 라이딩하는 가 보다.길이 예전 같지 않고 반질거린다.요즘 산악전기자전거로 라이딩하는 나이 지긋한 분들을 심심찮게 본다. 창성사지를 벗어나 오르는 길은 정상적인 등로가 아니라서 길은 끊어질 듯 이어지면서 토끼재 계단 아래와 맞댄다.다시, 골을 건너 나름 진달래능선이라 명명한 곳으로 발길을 옮기자마자 들개무리가 사납게 짖어댄다.이런, 어쩌다 개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이건 아니지 않은가? 모두, 사람이 저지른 일이.. 2024. 5. 17. 민백미꽃 참반디를 본 적이 있는 골짜기로 갔더니,민백미꽃이 하얗게 피어있고,자란초가 무리 지어 보라색 꽃을 피우고 있다. 숲은 우거져 초록이 짙다.고로쇠나무, 당단풍나뭇잎이 바람에 나풀거리는 바위에 앉아한참을 '멍'하니 초록을 바라보다. 2024. 5. 14. 숲 길 전날 보아두었던 은대난초는 어디로 갔을까?하룻만에 실종되다니, 고라니 짓일 게다.자주 걷는 이 숲길에서는 처음 대하는 은대난초였었는데,아쉽다.어제 카메라를 챙겼어야 했는데...밤사이 안녕 못할 줄 어찌 알았겠나. 덜꿩나무 꽃 지니, 가막살나무가 준비한다.볕이 드는 산길에는 온통 찔레향 가득하고, 덩달아 국수나무 하얀 꽃 소복소복 매달렸다.자주 걷던 옛 길로 들어서니 덩굴박주가리 여전한데,땅을 기고 있기에지지해 줄 나뭇가지 주워 감아 오르게 도왔다. 2024. 5. 13. 오월의 숲 오월이 시작되었지만, 유월이라 말하고 싶다.뙤약볕이라는 단어가 이 봄에 낯설지가 않으니. 산길로 접어드는데, 길 가 텃밭을 가꾸시는 초로의 아저씨가 카메라를 든 나에게 관심을 보이신다.핸드폰을 꺼내시어 사진을 보여주면서 무슨 꽃인지 알겠느냐고 말씀하신다.접사로 크게 담은 사진이라 알아보기 어렵다.모르겠다고 하니, 저기 저 마로니에 꽃인데, 담으라고 알려주신다.또 다른 사진을 보여주시는데, 역시 접사로 담으시어 알기가 어렵다.자신의 텃밭에 심지도 않았는데, 자란다고 보고 가란다.가서 보니 금낭화였다.금낭화라는 이름을 모르는 눈치셨다.그냥, 취미로 꽃 사진 담은 지 4년이 되셨단다.좋은 취미를 가지셨다고 말씀드리니 기분이 좋으신 듯해 보였다. 굳이 이름을 몰라도 꽃은 피고 진다.꽃은 자신의 향기로 누구에게나.. 2024. 5. 3. 가벼운 삶 생각해 보면 삶이란 참 가벼운 것이다.하지만, 그렇게 살 수밖에 없으므로...존재란, 가벼운 바람에도 날려가 버리는 새의 깃털 같은 것이다. 숲에 들었더니,덜꿩나무와 노린재나무가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미나리냉이도 꽃을 피우기 시작하니 나비가 날아든다.나비 두 마리가 공중에서 팔자를 그리듯 춤을 추는데,집요하게 뒤를 쫓는 저 녀석은 아마도 수컷이리라. 벌깨덩굴이 피었으니,달력 보지 않아도 오월은 지척이다.숲에 청량감은 한 층 더하고,생명 있는 것은 모두 일어났다. 봄바람이 제법 분다. 2024. 4. 25. 흰털제비꽃 만나러 가다 일본잎갈나무가 조림되어 무성한 숲.광교산의 형제봉 뒤편은 특별한 봄 야생화를 품고 있지는 않다.하지만, 이맘때면 그곳에는 흰털제비꽃이 핀다. 숲그늘이라는 환경 탓에 잎도 꽃자루도 길어서 시원한 모습.잎자루에는 흰털이 뽀송뽀송하다.부엽질의 토양이 그에게는 제격인가 보다. 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산소 주변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 산의 뒤쪽은 한적하다. 딱따구리 나무 쪼는 소리만이 적막함을 잠시 깨울 뿐.오로지 혼자 걷는 숲 속 길은 내가 숲이 된다.사박사박.어린 고라니가 놀라 산 위로 달리다 멈춰 선다.물끄러미 서로 눈 맞추다가 헤어진다. 숲은 연둣빛 마저 초록으로 바뀌고 있는데,그래도 봄의 시간은 순서가 있다.개울의 미나리냉이가 이제 준비 중이고, 전호도 키를 키우고 있었다.봄바람이 더 자주 불 때면 송홧.. 2024. 4. 20. 토란을 심다.(2024.4.17.) 갑자기 녹음이 짙어진다. 분명, 산길에는 산벚나무 꽃이 이제 떨어져 바닥을 수놓았는데, 철쭉이 피고 병꽃나무, 줄딸기 등이 한꺼번에 꽃을 피워댄다.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봄. 몇 해 동안 귀룽나무 아래에서 꽃을 피워왔던 잔털제비꽃 군락이 사라졌다. 한 포기도 보이지 않는다. 제비꽃속은 여러해살이풀이라서 뿌리에서 새잎이 돋는데, 아쉽다. 서식환경의 변화인지... 산으로 이식한 동백나무는 사전 환경적응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주말 예상하지 못한 고온과 뙤약볕에 잎이 화상을 입었다. 하지만, 남은 잎이 있으니 자연 속에서 적응하리라 본다. 앵초와 뻐꾹나리는 자손을 늘리고 있었다. 그 골짜기가 사유지 인지 아래에서부터 건물을 지어오는데, 다소 불안하기도 하다. 거름을 하지 않으니 토란 종구의 크기가 작다.. 2024. 4. 18. 광교산 히어리(2024) 예상보다 심각했나 보다. 살아남은 개체 중에 절반 이상이 꽃을 달지 못했다. 그나마 뿌리 깊은 개체는 꽃을 피우기는 했지만, 상태는 썩 좋지 못하다. 꽃은 차치하고 새순이 나는 것만 보아도 살아있음에 감사한 마음이다. 꽃도 잎도 달지 못한 개체도 있다. 생명을 다한 것이다. 대지를 터전 삶는 생명은 동물이나 식물이나 거저 미미한 존재에 불과하다. 안쓰러운 마음에 돌덩이로 밑을 받쳐준다. 힘내서 뿌리를 더 깊이 내리렴. 생명이란 게, 겨울에 모두 잠을 자고 있는 것 같아도 다만, 때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 들꽃이 들고일어났다. 발부리가 조심스럽다. 봄은 이러하다. 광교산에는 귀한 만주바람꽃이 겨우 생명을 이어가고 있었고, 개감수는 훤칠 키가 커졌다. 이제 봄은 높은 산으로 발걸음을 옮겨가겠지. 바람이 가지.. 2024. 4. 8. 칠보산(수원) 처녀치마(2024) 궁금해서 들렸더니, 올해는 손님이 다녀가셨다. 나도 너무 늦게 찾았다. 올봄 다소 더디게 오는 것으로 착각했지 먼가. 칠보산 처녀치마는 날씨 상관 않고 봄맞이에 마음이 들떠 있었던 것이다. 장소를 옮겨 깽깽이풀을 찾았으나, 그도 올해는 해걸이가 분명했다. 그저, 이곳저곳을 휘적 걸어본 것으로 기억해 두자. 길을 나섰으나 실망감이 커서인지, 괜히 벚나무 가지 붙들고 늘어진다. 봄날은 찾아왔다. 해 아래 만물은 이렇게 유전( 流轉)하고 있었다. 2024. 4. 4. 동백나무 옮겨 심다 골짜기 귀룽나무가 푸르다. 주변이 아직은 잿빛이라 더 푸르게 느껴지겠지만, 지금 이 시기에는 독보적이다. 금세 마음이 초록으로 물이 든다. 자주 찾는 이 숲. 가장 먼저 꽃을 보여주는 둥근털제비꽃은 누군가 파서 가져갔나 보다. 휑한 자리가 역역하다. 초봄, 어느 곳 보다도 먼저 꽃을 피워주어 그 기다림이 컸었는데... 아쉬운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옆의 남산제비꽃이 웃어준다. 자기도 동무를 잃었으면서. 동백나무야! 너를 만난 지도 벌써 스물다섯 해가 넘었네. 일곱이나 되던 너의 친구 다 떠나보내고 이제 너 혼자되었는데, 내가 너를 잠시 산으로 옮겼다. 아랫집으로 새로 이사 오신 분이 화분에서 물 떨어지는 것에 예민해서 이런 결정을 했구나. 여름이면 너를 밖에서 볕을 보게 해야 하는데, 이제 그럴 수 없으.. 2024. 4. 2. 이전 1 2 3 4 5 6 ··· 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