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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일상499

도심(都心)의 봄 내가 그런 것이다. '서프라이즈'라는 것이 딴 게 있겠나. 내 의식 속에 없던 것이 눈앞에 갑자기 툭 튀어나오니, 감당이 안 되어 놀라는 것이지. 봄 꽃 만나보러 들나들이 다녀오니, 동네 볕바른 곳에는 목련이 환하게 피었고, 올벚나무도 화사한 꽃을 피웠다. 들의 민들레는 아직이더니만... 도심의 봄이 나를 놀라게 한다. '있는 것은 아무것도 버릴 것이 없으며, 없어도 좋은 것이란 없다'(차라투스트라;니체-백승영 역) 흔한 양지꽃, 민들레, 꽃다지, 냉이가 그렇구나! 많으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하지만, 귀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을까! 들판을 거닐다 돌아오는 길에 상춘객이 전철 안에 가득. 너도 나도 모두 꽃다지처럼 이쁘기만 하더라. 세상에 특별히 선택받은 사람 있을까. 봄 햇살 선물은 누구에게나 .. 2024. 3. 23.
숲에 들다.('25.3.15.) 모처럼 숲으로 든다.혼자만 밟는 길이다 보니,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길 분간이 어려울 정도.이 길에는 친구가 많다. 올괴불나무둥근털제비꽃, 잔털제비꽃개살구나무, 고광나무박쥐나무와 들현호색야광나무도 있고꿩의다리도, 참당귀도 있다.아, 이런 앵초와 뻐꾹나리를 빼먹을 뻔했다.늘 내게 말을 걸어오니 즐겁다. 텃밭이라기에는 뭣하지만,들려보니, 쪽파가 파릇하니 싹을 돋우는데, 머위와 부추는 아직이다. 산길에 둥근털제비꽃이 반겨준다. 2024. 3. 15.
매화 시골의 노인은 봄을 가꾸는데, 도시의 그들은 그저 바라보기만 한다. 2024. 3. 15.
백운산(의왕) 노루귀(2024) 산 위에 바람 가늘게 지나고, 딱따구리 톡톡 거리는 소리도 멀어져 간다.남은 잔설을 밟아도 지난겨울은 발걸음 되돌리지 않고,먹을 것 보채던 동고비도, 곤줄박이도 보이지 않는다. 꽃은 피었다.그 꽃으로 잠시 잊고자 했던 것이 뭐였는지나에게 물어본다. 2024. 3. 14.
광교산 노루귀(2024)Ⅱ 산수유 노란 꽃망울은 부풀 대로 부풀었는데, 산의 노루귀는 아직도 꼬물거리기만 한다. 느린 걸음으로 산을 올랐더니 푸드덕하고 새 두 마리가 어깨를 스친다. 의도적이었다. 그 둘은 동고비와 곤줄박이였으며, 나에게 먹이를 내놓으라는 몸짓이었다. 교감에 미숙한 난, 먹이 준비는 생각지도 못했다. 눈치 빠른 그들은 옆 나뭇가지에 오래 서성이지 않았다. 곧바로 나는 그들에게서 팽 당했다. 누가 새 대가리라 했는가. 습설에 부러진 소나무가 널부러 졌다. 이제 잔설은 음지의 높은 곳으로 밀려나 있었다 . 예상은 했지만, 히어리 상태는 좋지 못했다. 열악한 환경 탓에 몇 개체는 생을 마감했다. 남은 이를 위해 돌멩이 몇 개를 받쳐 주었다. 2024. 3. 7.
기다림 나는 그를 기다렸지만, 그는 나를 기다린 것은 아닐 것이다. 너의 바람은 희망이겠는데, 나의 허전함은 채워지지 않는구나. 2024. 3. 3.
광교산 노루귀(2024)Ⅰ 이제 빼꼼. 봄이 일찍 오는가 싶더니, 은근 쌀쌀한 날씨가 계속되고 산에는 눈까지 쌓여 잘 녹지도 않는 날씨. 해마다 만나보러 오긴 하는데, 이제 시작인가 보다. 올해 노루귀의 봄은 특별히 빠르지는 않다. 농부의 트랙터 소리 들판 가득하고, 벗하여 꽃다지, 냉이, 별꽃이 봄볕에 반짝인다. 그랬다. 봄은 어찌 산속 노루귀에게만 오는 것이겠는가 노루귀 소식 궁금해 산으로 발걸음 했더니, 봄은 오히려 들판에서 속삭이고 있었다. 2024. 2. 27.
눈(雪)이 부른 날 눈이 나를 밖으로 나와 보란다. 이런 날은 공원이든 산길이든 걸어보아야 한다고. 봄장마라는 소리가 생소하게 들리는데, 풀을 피우려는 건 알겠지만, 봄비 너무 잦게 내린다. 간밤, 비가 눈이 되어 내리고 아침 기온이 좀 차갑더니, 녹은 눈은 다시 얼음꽃으로 피었다. 나뭇가지 눈송이는 마치 벚꽃인양 이월에 하얗게 피었다. 사월이 서둘러 온 듯하니, 어찌 밖으로 걸음 하지 않겠는가. 모두가 사월의 옷을 당겨 입었다. 2024. 2. 22.
청소년 문화센터 복수초(2024) 휴일, 느릿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에서 봄을 느낀다. 서리 내리게 했던 아침 기온은 한 낮이 되자 껑충 뛰어올랐다. 청소년문화센터 야생화 단지에 개복수초가 피었을 것 같아 길을 나섰다.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니, 개불알풀 큰개불알풀 냉이꽃이 피었네. 개복수초가 하늘을 향해 황금 술잔을 받쳐 들었다. 이제, 노오란 봄이 시작되었다. 봄은 냥이의 등에도 온다. 2024. 2. 17.
오는 봄(2024) 입춘 지난 지 열흘이 넘었다. 입춘 추위는 없다고 봐야겠는데, 이대로 봄이 올 리야 없겠지만 예년보다 일찍 산골짝 두꺼운 빙벽은 녹았고, 이제, 그 흔적들만 남아 겨울이 끝나감을 말해준다. 한국앉은부채 얼굴이 궁금해서 골짜기로 내려선다. 여름 폭우로 골짜기 환경도 많이 변했다. 볼거리가 많았던 이끼는 청소한 듯 쓸려 내려갔고, 겨우 남아있는 '미선초롱이끼'만 눈에 띈다. 다양한 이끼를 다시 보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고로쇠나무에 물이 오르고, 숲의 새들은 목소리 높다. 큰산개구리 역시 산란을 시작했다. 그들은 이미 봄을 맞이하고 있었다. 중부지방에도 복수초 개화 소식이 올라온 걸 보면, 아마도 한 주일 이상 봄이 빠르게 시작되는 것 같다. 몇 년 만에 가장 따뜻한 1월이었다고 하지 않는가. 無常. 변.. 2024. 2. 14.
산천보세(山川報歲) 고개를 넘으니 장갑 속 손가락이 시리다 못해 아린다. 대한 추위다. 지낸 겨울마다 대한추위라고는 하지만 늘 소한추위만 못한 것으로 생각되었는데, 올겨울 대한(大寒)은 그 이름값을 제대로 한다. 그래도 낮 시간이 조금씩 길어지는 것으로 보아 봄은 멀지 않다. 이미, 남쪽에서는 복수초 소식도 들려온다. 올겨울 눈, 비가 잦은 탓에 산길이 꽤나 질퍽거린다. 집안에는 이미 봄이 왔다. 올해도 어김없이 산천보세가 꽃을 피웠다. 아래에서부터 피어올라 가는데, 먼저 핀 송이는 벌써 열흘이 다 되어간다. 지난봄 들여온 히야신스도 벌써 손가락 두어 마디 정도로 잎이 길어졌다. 은은한 난의 향기와는 대척점에 서 있다고 할 그 진한 향기도 기대된다. 향기의 독특함이야 자신의 고유한 DNA인 개성으로 표출되는 법이니까, 그들.. 2024. 1. 24.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아가페적인 사랑을 넘어서서 그는 모든 것을 초월한 신이 되었다. 내가 그 들 부자를 처음 목격한 것은 이미 여러 해가 되었다. 근처 공원을 운동삼아 산책을 시작하던 때였는데, 어디선가 짐승의 그것 같은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는 게 아닌가. 분명 사람 목소리이긴 한데, 고통을 호소하는 듯한 괴성이었다. 소리의 출처라 생각되는 곳에는 신체가 부자연스러운 아이와 그 아버지로 보이는 두 사람 있었다. 아버지와 아이의 몸은 서로 묶여있었고 그 상태로 걷는 운동을 하고 있었다. 난, 아버지인 듯한 사람의 다그치거나 제지하는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저 묵묵히 그의 자식을 부축하고 걸을 뿐이었다. 거리에서 지체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보아 왔지만 그 아이는 걷는 것조차 혼자서는 어려운 상태인 듯했다. 아마도 그래서 .. 2023. 6.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