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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숲, 나들이

오색에서 한계령 (2023. 5. 20.)

by 寂霞 2023. 5. 21.

끝청의 털진달래

계곡을 벗어나 가파른 능선 길을 힘들게 오르는데,

산 위에서 쿵쾅거리는 스피커 소리가 들린다.

점점 크게 들리는 것이, 누군가 산을 내려오는 것 같다.

처음 들어보는 스타일의 음악.

경쾌하다.

한쪽 다리를 덩실 들어 올리는 탈춤의 춤사위가 절로 나올 법하다.

설핏, '콜라가 ~ ' 어쩌고 하는 노랫말이 들리는데,

이건 분명 젊은이의 노래다.

 

아니나 다를까.

남자 예닐곱 명이 내려오는데, 고등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청소년들이다.

가파른 산길을 정말 가볍게 사뿐사뿐 내려온다.

그중 한 녀석은 탈춤 버전으로 '덩실' 한쪽 다리까지 들어 올려 춤을 춘다.

내게, 산길에서 크게 들리는 음악 소리는 소음 같아 싫어했는데,

이 노래 만큼은 배워, 불러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아, 부럽다. 젊음

 

얼마나 더 올랐을까?

다시 또 노랫소리가 들리는데, 이번에는 발라드풍이다.

차분한 느낌, 혼자서 웅얼거리기에 좋은.

그래서 생각해 보았다.

이분은 나이대가 분명 삼, 사십 대 일 거야

그랬다.

노래를 들으며, 젊은이 혼자 조용히 걸어 내려 온다.

 

오월의 산은 푸르고, 바람은 다소 세게 불었지만 시원하다.

설악의 문이 열린 첫 주말이라서인지 많은 사람이 산을 찾았다

오색에서 대청을 오르고 서북능선을 걸었다.

 

하산 길,

무심코 양희은의 '한계령'을 흥얼거리고 있는 나를 본다.

이런!

세대는 못 거스르나 보다.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

 

희운각 대피소

설악은 이제 봄.

조금 이른 것 같기도 하지만,

애기금강제비꽃은 이미 꽃을 떨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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