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 차다는 소리가 두어 번 있었지만, 겨울 초입 같지는 않다.
늦여름 길어져 시월이어도 단풍들 생각도 않더니,
요 며칠 사이 잠시 동안 빨개지고 노래지더니 이내 떨구기 시작한다.
가을을 통째로 어디엔가 반납하고 떨어진 낙엽만 주워든다.
거두어들인 토란대는 "폭싹 망했쑤다."이상도 이하도 아닌 상태.
가을비 잦아 언제 베어 말리나 전주만 울리다가 굵고 실한 대가 모두 꼬구라지고 말았다.
그랬고,
비 때문에는 핑계고,
사흘이 멀다 하고 부고받았지,, 백내장 수술에,
벌초 다녀온 후로 술병까지 난 것 등이 그간 산, 들로 나가지 못한 원인이겠다.
이렇게 들먹거려놓아야 시간이 지난 후 그나마 기억의 끄나풀 잡기가 수월하겠지.
이제는 아무리 애써도 한 주 지나면 그저 가물가물하는 게 요즘의 기억력이다.
어제만 해도 하루 두번 사용하라는 안약을 착각하고 세 번을 넣는다.
앞으로도 계속 단지 '착각 수준'에만 머물러 주기를...
좌우 시력이 달라서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사물이 겹쳐보이지를 않나, 색깔조차 서로 누렇고 푸르다.
다 감수하고 글자라도 편히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도서관에서 '광기의 역사'를 세 번이나 재 대출한다.
狂氣
그는 광기를 비이성의 영역이라 표현했지만,
요즘 사회는 어디 그런가? 이성적이라는 사람들의 말과 행동이.
광기는 분명 이성의 영역이다.
나열 하고픈 단어는 그냥 생략하자.
붉고 노란 낙엽이 길 위에 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