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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재촉하는 비 봄비 같은 겨울비가 내렸다.안개인지 구름인지 산허리까지 뿌옇게 내려앉았다.비 맞은 소나무 줄기는 검고, 솔잎에는 아직도 이슬 같은 물방울이 맺혀있다.물방울도 그렇고, 안개 낀 것 같은 날씨는바람 한 점 없다는 것.땀이 밴다. 산길을 걷는데,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서너 번 미끄러짐이 있었다.나만 부주의 한 것이 아니었다. 선행자의 미끄러짐도 여러 번 보인다.나처럼 살짝 당황했을 게 생각나고, 그래서인지 잠시, 뜻 모를 실소가 베인다.뒤-뚱.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옅은 동지애 같은. 비 조금 왔다고, 말랐던 들솔이끼는 금세 푸르러졌고,생강나무 꽃눈은 밤사이 크게 부풀었다. 봄이야 오지 말래도 오는 것이지만,올봄은 느리게, 느리게 왔으면...하루가 일 년같이, 한 달이 10년 같이 느리게 왔으면 좋겠다.의사는 .. 2021. 1. 23.
눈꽃 어제, 나목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 기억에 남아있는데,밤사이 무슨 일이 있었음이 분명하다.숲이 아침 햇빛에 하얗게 빛난다.나목이 옷을 입고, 소나무 초록 잎은 더 선명하다.눈꽃이 만개해서 눈이 부시다. 깜짝 변신한 숲속, 신기루를 본 듯. 분명 누구의 장난이다.밤사이 숲을 바꾼 요정을 만나러 숲으로 들어간다.신비한 재주를 배워볼 요량으로 2021/01/13 2021. 1. 14.
눈길을 걷다 몇 년 만의 추위라 했다.눈도 내렸고,코로나 19도 그렇지만, 추위 때문에 며칠간 산에 드는 걸 몸 사렸다. 네댓새 지난 오늘에야 눈길을 밟는다.날씨는 비록 흐렸지만, 기분은 상쾌하다. 사람 발자국과 짐승 발자국이 눈밭에 어지럽다.나만 혼자 굼벵이처럼 웅크리고 있었나 보다. 아이젠을 착용한 신발에 만들어진 스노우 볼 때문에 걸음이 뒤뚱거린다.안전을 위한 장비가 오히려 불편하다.하지만, 눈 쌓인 이런 길은 꼭 필요한 장비다. 나무에 대고 '툭' 쳐서 눈을 털어낸다. 겨울잠 자는 나무를 깨우는 것 같다.상처가 날 것 같기도 하고...길가에 가로로 누운 나무에 툭툭툭.숲속 겨울잠을 너무 일찍 깨우는 것 같다.2021/01/12 2021. 1. 12.
辛丑年 새해 나들이 양구 들린 김에 한계령을 넘어 동해바다. 주문진에 잠시 들리고 돌아오다. 새해 해맞이가 곳곳에서 통제 되었다. 매일 천 명을 오르내리는 감염자 수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더욱 강화시킨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개업한 큰 조카. 응원 차 가게에 들려, 정성껏 만든 토스트를 점심 대용 했다. 맛이 괜찮았는데, 손님 또한 간단없이 오가니, 운영이 힘들 것이라 생각했는데 기우였다. 체인점이 아니어서 홍보에 애로사항이 있겠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고객이 알아가는 것 같았다. 워낙, 순진하고 성실함을 타고 났으니 장사 밑천은 두둑한 셈이다. 비수구미 광릉요강꽃, 독미나리, 개느삼이 꽃 피울 무렵 다시 들릴 생각이다. 며칠 되는 연휴에 주문진 수산시장은 제법 붐볐다. 대게 몇 마리를 샀다. 돌아오는 고속도로는.. 2021. 1. 4.
한 해의 마지막 날 2020년의 마지막 태양은 구름 낀 흐린 하늘을 배경으로 넘어갔다.코로나 19가 1년을 휘감아 그 어느 때 보다 우울한 한 해였다.여름 폭우 피해도 심각했었다.내년은 최소 올해보다는 나은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2021. 1. 4.
동백꽃 피다 동백꽃 한 송이가 먼저 피었다. 지난해 맺혔다 피우지 못한 것이 아주 아쉬웠는데, 마치 서설을 보는 듯 반갑다. 꽃송이 안에 맑은 물이 고여있어 기울여 쏟아내는데, 끈적거림이 있다. 꿀(허니)인가 보다. 동박새 올 리 없는데, 꿀은 먹는 그 새를 생각해 본다. 개화하지 않은 몇 송이가 있는데, 세력이 약한 나무가 마저 피워낼는지, 아쉽지만, 제거해야 할까? 고민된다. 2020/12/29 2020. 12.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