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792 공원의 오후 아침과 밤의 기온차가 크게 나니 안개 낀 날이 계속된다.바람이라도 불면 일찍 개이겠는데, 먹먹한 하루다.미세먼지 농도는 괜찮다고 하니 기침하는 나로서는 그나마 다행. 공원의 나무는 열매를 익히느라 햇살 한 줌도 아쉬운 때다.풀을 깎은 잔디밭은 초봄의 느낌이 난다.내 어린 시절 까까머리와도 같다. 연세 지긋한 아주머니와 청설모가 알밤 줍기 내기를 한다.나는 청설모를 응원했다.가을인게지. 뜻밖에 노랑망태버섯과 참느릅나무 꽃을 보았다. 2025. 10. 1. 벌초 다녀오다.('25.9.20.) 친구의 서천으로 다녀온 고향을 며칠 상간에 다시 다녀온다.오백 년 느티나무도 바다 풍경도 어릴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건만,무심한 시간만 탓하며 사람만 변해간다.풀 깎아드린 조상들도 모두 여기가 어린 시절 놀이터였겠지,이제 저기 저 낯선 젊은이들이 이 자리를 대신한다.'잠시 머물다 간다'는 말을 실감한다. 마음을 일으키는 것은 야은 선생의 시조 한 수뿐 "오백 년 도읍지를 필마(匹馬)로 도라드니산천은 의구(依舊)하되 인걸(人傑)은 간 듸 업다어즈버 태평년월(太平烟月)이 꿈이런가 하노라" 2025. 9. 22. 가을 가을.온다는 기별이야 진즉에 알려왔지만,하매나 올까 이리저리 둘러보았는데어느새 허리춤에 매달려 있었다.머릿수건을 적시는 땀도 줄어들었고,등허리도 덜 축축하다. 오늘따라 바람조차 높은 곳에서 불어내리니이제 바람막이 웃옷 정도는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겠다. 기억은 되돌리는 힘이 있다.생각나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한다.투구꽃을 본 적이 있는 산자락을 오르니 그는 간 곳 없고,아직은 푸른 천남성 열매자루며, 사그라드는 은꿩의다리, 열매 매단 속단 등이 눈에 띈다. 믿음의 방편으로 시각에만 의존하는 것은 편협된 생각이다.의왕 백운산 정상석 주변에는 큰꿩의비름이 산다.송신탑 주변이었는데, 수풀이 우거져 도태되었는지 찾을 길 없다.아쉬운 맘으로 자리를 옮기려다가열악한 남한산성 성벽에 붙어사는 큰꿩의비름을 생각해 .. 2025. 9. 13. 소낙비 약수터는 음용수로 부적합하다는 빨간 글씨를 간판처럼 써 붙였다. 가져온 물로 갈증을 달래고 의자에 앉아 신발에 들어간 모래를 털었다. 산을 내려오는 아이를 보았다.엄마와 함께였고, 중년의 남자도 함께였는데,일행은 아닌 것 같고, 주고받는 대화로 미루어 보아 서로 길에서 만난 듯했다.아저씨는 여러모로 친절한 길 안내자 처럼 보였고 주로 아이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약수터에 이르자,아저씨는 꼬마 아이에게 뭔가를 보여주고 싶은 듯,등목이 뭔지 아느냐고 물었다.옛날 남자들은 더위 식히는 방법으로 등목을 했다고 말하면서,남자라면 한 번 체험해보라며, 웃옷을 벗고 엎드리라고 했다.엄마가 그러라고 승낙하자,아이는 웃옷을 벗고 엎드렸다.아저씨의 찬물 한 바가지에 아이는 소스라치게 놀랐다.아저씨는 아이가 그렇게 놀랄.. 2025. 8. 31. 칠보산 습지('25.8.11.) 당수동 천주교 공원묘원에는 개싸리 개체수가 많이 늘었다.흰전동싸리와 비슷하다고 하지만, 잎을 보면 바로 구분된다.칠보산 진입점으로 당수동 천주교 공원묘원을 많이 이용해 왔는데, 기존에 이용해 오던 노지 주차장은 그물 울타리로 둘러쳐졌다.사유지.께묵과 키큰산국, 가는오이풀, 개쓴풀 등이 자라는 숲 속 묵논도 출입금지사유지라네.끈끈이주걱, 해오라비난초, 숫잔대의 놀이터는 이미 철망에 갇힌 지 오래희귀 식물 보호한다는데,칠보치마 복원지라면서 목책을 넓디넓게도 쳐 놓아 육안으로 볼 수도 없게 만든 복원지덩달아 일광사 옆 묏자리도 사람 드나드는 게 싫은지사유지이니 접근말라시니 벗인 양 찾아든 이 자연에서 마음 한 곳 비우고 또 채워 넣는 일쉽지 않구나사람은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데, 저수지에는 어리연이 한창이었.. 2025. 8. 11.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하얗다.끝난 줄 알았던 장마는 뒤끝이 너무 매서웠다.해마다 반복되는 집중호우, 산사태는 이제 더 이상 기상이변이 아닌 마당에 대비하는 마음이 달라져야 하겠다. 더위에 주저하다가 숲에 들었다.예상이야 했지만, 바람이 없어 무더웠다.자귀나무 꽃술은 듬성듬성 남아있고, 산소 가장자리 풀숲엔 점박이 참나리들이 종알거린다.젖은 낙엽, 흐르는 개울물로 숲은 습했다.이곳저곳에서 버섯들이 몸을 일으킨다.행여 노랑망태버섯이나 눈에 띌까 두리번거려 본다.길가에는 고추나물, 가는장구채가 피었다. 광교산 습지는 지난 가뭄에 지쳤는지 동의나물조차 모습을 감췄다.쓰러진 나무에 옛길이 묻히니, 또 새로이 길을 내어본다.참으로, 시간은 모든 것을 그냥 내버려 두질 않는구나. 2025. 7. 22. 이전 1 2 3 4 ··· 13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