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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맑다. 게을러진 것인가. 오랜만에 산에 들었다. 낙엽이 길 위에 수북하게 쌓였는데, 길을 헤쳐나가는 것이 마치, 눈 쌓인 길 러셀하는 듯 했다. 맑은 하늘을 담았는데, 나뭇잎 하나 없는 나목. 이제, 겨울 맞을 채비를 끝냈구나. 두껍게 옷을 입은 것이 아니라 모두 떨구어 비워내었다. 비움. 2021/11/27 2021. 11. 30.
남행(南行) 도로에 내린 짙은 안개 터널은 구례를 지나서야 벗어날 수 있었다. 남쪽 하늘은 맑았지만, 옅은 안개는 먼 풍경을 가렸다. 위드코로나에 여기저기 결혼식이 봇물 터지듯 이어진다. 초등 친구들과 점심 만남을 가졌는데, 건강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예순을 코앞에 둔 집안 조카 장례식이 어제 있었단다. 근 삼 년 넘게 투병 생활을 했었는데, 안타깝다. 명복을 빈다. 그와 동창인 내 아우가 그 일로 과음했다는 이야기를 형을 통해 듣는다. 부모님 산소에 들렸더니, 구절초와 갯쑥부쟁이가 꽃물결을 이룬다. 감태나무는 노랗게 잎이 물들었지만, 들꽃은 계절을 잊은 듯하다. 삶과 스러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풀과 나무에서 무위자연을 잠시 느껴본다. 2021/11/20 2021. 11. 22.
아라뱃길 자전거 길 폭풍전야인가? 다음 주초 비 온 뒤 추위가 온다는데, 토욜은 농익은 가을. 낮 기온이 20˚c를 넘는다. 인천 계양, 김포를 가르는 아라뱃길을 자전거로 돌아본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가을을 밟고, 하늘 엷은 구름은 미동도 없는데, 가을은 물길 따라 가없이 흐른다. 가로수로 심은 '튜울립나무'가 노랗게 단풍이 들어 보기 괜찮아 사진에 담았다. 역광이라 검다. 자전거 보다 차라리 등받이 뉘어진 의자에 기대어 눈감고 누웠으면 가을 색에 더 물들었을까. 2021/11/06 2021. 11. 8.
시월에 '시월에는 누구에게라도 편지를 쓰고 싶다' 그럴 것 같다. 저 노르스름하고 불그레한, 저녁 놀 같은 은은하게 물든 단풍잎 갈무리하여 누구에게라도 보여주고 싶겠다. 시월에는 그림을 그려도 좋겠다. 가슴에 내려앉은 저 색감 으로 2021. 10. 30.
강화섬 나들이 옛 60, 70년대의 정취를 느껴볼 수 있을까 했는데, 대룡시장은 카페만이 가득했다. 그래도, 들판의 가을걷이는 옛 생각이 나게 했다. 망향대에서 바라다보이는 북녘은 한가해 보였고, 역시 가을걷이하는 모습이 보였다. 날씨가 좋아 두꺼운 옷이 부담스럽다. 석모도 들어가 보문사 눈썹바위까지 오르는데, 이마에는 땀이 맺힌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대한민국 절집은 어디를 가도 공사 중. 조용한 곳을 보지 못했다. 전등사에도 들렸다. 서양에는 성당이, 이 땅에는 절집이 그나마 옛 향기를 전하니, 온김에 둘러본다. 강화도는 서울, 경기의 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 곳이라 들고남에 교통체증이 심하다. 연륙교의 추가가 시급해 보였다. 2021/10/24 2021. 10. 27.
애기향유 만나러 용유도에 인천공항 출국장이 한산하다. covid-19 팬데믹의 적나라한 풍경. 공항철도에서 내려, 111번 버스로 용유도 을왕리해수욕장을 간다. 산이 깎이고 평지가 되어버린 곳. 감국이 노랗고 산부추, 산박하, 이고들빼기가 길 위의 풍경을 만든다. 억쎈 곰솔은 척박한 이곳에 잘도 뿌리내려 산다. 애기향유를 검색하니, 정보가 줄줄이 엮인다. 그리 멀지 않으니, 지난해 부터 찾고 싶었던 자리, 시간을 내었다. 참, 묘한 일이다. 이런 풀꽃이 보고 싶어 길 없는 산을 오르다니 2021/10/12 2021. 10. 12.
칠보산 가을바람 시간은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징검다리처럼 놓인 것을 우리가 밟고 지나는 것이라 한다.그렇다면, 한발 한발 밟다가 멈춰 설 수는 없는 것인가?되돌아설 수는.들어 익숙한 이름 가진 사람들이 떠나갔다.징검다리를 건너다 발을 헛디뎠는가.지는 낙엽에 마음 한구석 허전해짐은 계절이 바뀐 탓이겠지, 두 번의 가을장마.중부지방에는 열흘 가까이 비날이다.개쓴풀과 께묵을 보러 나선 길,우산을 챙기고 칠보산 일대 습지를 찿는다.자연습지가 아니라 묵논이기에 해마다 식생이 달라진다.올해도, 논 한 귀퉁이 경작된 곳이 개쓴풀 군락지였다.아쉬운 맘, 지나는 가을 바람에 실었다.2021/10/09     나선 김에 일광사를 들린다.주차장 옆 산소,그곳에도 개쓴풀이 산다.가는오이풀과 산부추가 함께 했다. 2021. 10. 9.
주흘산 가을맞이로는 조금 일렀나? 산은 아직 여름 계곡을 끼고 있었다. 폭포수는 힘이 있고, 나뭇잎은 푸르다. 그래도, 꽃들은 약속한 듯 서로 자리를 바꾸고 있었으니, 시계추만 시간을 덧대는 것은 아니었다. 간밤 비 개고, 하늘이 맑다. 문경새재에서 시작하는 등로를 따른다. 옛사람 이름 한번 잘 짓는다. 주흘(主屹), 우뚝 서고 높다. 주봉을 오른 김에 영봉을 들러서 새재 2관문으로 내려섰다. 오르면서 '새끼꿩의비름'을 보고, 새재길 걸어 내려오면서 교귀정 옆 암벽에서 '가는잎향유'를 본다. 가을, 달콤한 향기가 문경의 사과에서 풍긴다. 2021/10/02 2021. 10. 3.
공원 길 한가위 지나고 추분도 넘으니, 노란 은행이 땅에 구른다. 열매 맺은 것들은 모두 익어가고, 이제 잎새도 색을 바꾸어간다. 봄이 이른 듯 오더니, 가을볕 또한 빨리 드러눕는다. 공원 길에 한두 잎 낙엽이 여름을 지우고, 옷소매 길어진 차림새에 가을은 이미 저만큼 왔다. 아직은 초록이 우세하지만, 밤에 창문을 닫은 지는 이미 오래 2021/09/28 지난해 부터 이름을 알고 싶었던 식물. 국화과를 뒤져 찾아냈다. 풀솜나물 외래종일거라 생각했는데 자생종이다. 꽃사과나무와 아그배나무. 봄이되어 꽃이 피면, 서로 같은 듯 다른 종 가을이되니 열매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2021. 9. 29.
불갑사 꽃무릇 한가위 연휴가 길다. 불갑사 꽃무릇 소식이 유혹하기에 길을 나섰다. 한 주일 전이 좋았겠다. 햇살 아래 붉디붉은 석산 봄 색깔은 개나리로 노랗더니 가을은 온통 익은 고추와 더불어 꽃무릇조차 붉다. 뜨거운 여름 지낸 고통을 생각하면 붉게 물들지 않으면 무엇으로 표현하리 가까운 법성포구와 백수해안을 거쳐 신안 섬을 돌아봤다. 2021/09/20 2021. 9. 23.
계양산 9월도 중순이 되어가는데, 이제야 늦더위를 받는다. 산을 오르는데, 모처럼 땀방울이 송골송골. 계양산 초행의 느낌은 가파른 산, 많은 계단 조망은 사통팔달 계양산성의 느낌은 시원함. 바다가 가까워서 그런지 곰솔을 심어 놓았다. 물푸레나무를 위에서 내려다보고는 몰라봤다. 계수나무는 한 그루를 보았고, 회양목은 가끔 눈에 띈다. 모두 심은 듯. 꽃며느리밥풀, 산박하, 이고들빼기가 산길에서 반긴다. 산성길에서 보고 싶었던 '방동사니'를 만났다. 남녀노소 부지런한 사람들. 산길이 붐빌 정도로 모두 운동에 열중이다. 2021/09/14 2021. 9. 14.
광교산 뻐꾹나리(2021) 한 송이 피었다. 지금부터 시작이니, 한두 주 동안 절정이겠다. 가을로 접어드는 날씨가 짓궂다. 가을장마 맞다. 이렇고 저렇고, 산에든지 오랬더니 개울가에는 물봉선, 산층층이, 뻐꾹나리까지, 까치깨도 피었다. 며칠 전 태풍 같지도 않은 바람 잠시 휘몰아치더니, 산길에 신갈, 졸참, 갈참 열매가 잎을 단 채 널브러졌다. 밤송이도 떨어졌다. 모두 여물 들기 전이라 아까운 생각이 든다. 쥐꼬리망초를 담고 있는데, 토끼 한 마리가 발치에서 어슬렁거리며 친근감을 보인다. 산토끼일 리는 없겠고, 주변 집토끼를 방목하는 모양. 맑은 하늘은 아니라도 풀꽃세상이 가을임을 알려준다. 배풍등꽃이 맺혔어도 열매 또한 익어간다. 2021/08/28 2021. 8.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