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788 숲 길 전날 보아두었던 은대난초는 어디로 갔을까?하룻만에 실종되다니, 고라니 짓일 게다.자주 걷는 이 숲길에서는 처음 대하는 은대난초였었는데,아쉽다.어제 카메라를 챙겼어야 했는데...밤사이 안녕 못할 줄 어찌 알았겠나. 덜꿩나무 꽃 지니, 가막살나무가 준비한다.볕이 드는 산길에는 온통 찔레향 가득하고, 덩달아 국수나무 하얀 꽃 소복소복 매달렸다.자주 걷던 옛 길로 들어서니 덩굴박주가리 여전한데,땅을 기고 있기에지지해 줄 나뭇가지 주워 감아 오르게 도왔다. 2024. 5. 13. 기지포 해당화 바다서 불어오는 나즈막한 바람에 실려해당화 항기 짙게 퍼진다바람 지날때마다 코끝에 남는 여운은가느다랗게 멀어져간 옛 그리움 2024. 5. 10. 지리산 서북능선 하늘은 푸르고 이른 아침 산골의 파르스름한 안개.먼 곳일수록 푸르게 보이는 산그리메.녹음 짙은 숲,휘파람새 소리는 길을 걷는 내내 함께한다.후~~~휫쭉!마음이 밖으로 향해 온갖 것을 받아들이는 시간이다. 길을 걷다 보면, 끝날 것 같지 않은 길, 지루함.몸은 서서히 지쳐가고, 강물과 같았던 의욕은 시냇물처럼 가늘어졌다.이제, 마음은 내면으로 향한다.여긴 어디, 나는 누구?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먼 길을 걷는 이유다. 2024. 5. 5. 오월의 숲 오월이 시작되었지만, 유월이라 말하고 싶다.뙤약볕이라는 단어가 이 봄에 낯설지가 않으니. 산길로 접어드는데, 길 가 텃밭을 가꾸시는 초로의 아저씨가 카메라를 든 나에게 관심을 보이신다.핸드폰을 꺼내시어 사진을 보여주면서 무슨 꽃인지 알겠느냐고 말씀하신다.접사로 크게 담은 사진이라 알아보기 어렵다.모르겠다고 하니, 저기 저 마로니에 꽃인데, 담으라고 알려주신다.또 다른 사진을 보여주시는데, 역시 접사로 담으시어 알기가 어렵다.자신의 텃밭에 심지도 않았는데, 자란다고 보고 가란다.가서 보니 금낭화였다.금낭화라는 이름을 모르는 눈치셨다.그냥, 취미로 꽃 사진 담은 지 4년이 되셨단다.좋은 취미를 가지셨다고 말씀드리니 기분이 좋으신 듯해 보였다. 굳이 이름을 몰라도 꽃은 피고 진다.꽃은 자신의 향기로 누구에게나.. 2024. 5. 3. 만항재의 봄 삐쭉삐쭉 삐쭉새가 울고,중함백 산등성이에서는 고라니가 짝을 찾는지 우엉우엉 운다.아침해 비추자 진달래는 이제야 고개를.함백산에 햇살이 든다.산 아래 양지에는 태백제비꽃 유난하더니, 산정이 가까울수록 뫼제비꽃이 우점한다.아침 공기가 이렇게 신선할 수가! 넓은 등을 가진 함백산 자락.주목의 삶은 버거워 보이지만 천년을 버티고,능선의 수목은 키를 낮추어 바람을 견디어낸다.주어진 것에 적응하는 그들의 삶이 경이롭다. 숲에서 목적한 것을 찾아보지만,'서울에서 김서방 찾기'란 말을 실감한다.되돌아갈 길이 만만하지 않아 찾기를 포기하기에 이른다.먼 길 왔는데, 마음이 개운하지 않다. '시절인연'되돌아 서는 발치에 그가 서 있었다.시기가 지난 줄이야 알고 왔으니 싱싱한 꽃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아직 매달고 있는 것이.. 2024. 4. 28. 가벼운 삶 생각해 보면 삶이란 참 가벼운 것이다.하지만, 그렇게 살 수밖에 없으므로...존재란, 가벼운 바람에도 날려가 버리는 새의 깃털 같은 것이다. 숲에 들었더니,덜꿩나무와 노린재나무가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미나리냉이도 꽃을 피우기 시작하니 나비가 날아든다.나비 두 마리가 공중에서 팔자를 그리듯 춤을 추는데,집요하게 뒤를 쫓는 저 녀석은 아마도 수컷이리라. 벌깨덩굴이 피었으니,달력 보지 않아도 오월은 지척이다.숲에 청량감은 한 층 더하고,생명 있는 것은 모두 일어났다. 봄바람이 제법 분다. 2024. 4. 25. 이전 1 ··· 8 9 10 11 12 13 14 ··· 13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