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788 흰털제비꽃 만나러 가다 일본잎갈나무가 조림되어 무성한 숲.광교산의 형제봉 뒤편은 특별한 봄 야생화를 품고 있지는 않다.하지만, 이맘때면 그곳에는 흰털제비꽃이 핀다. 숲그늘이라는 환경 탓에 잎도 꽃자루도 길어서 시원한 모습.잎자루에는 흰털이 뽀송뽀송하다.부엽질의 토양이 그에게는 제격인가 보다. 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산소 주변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 산의 뒤쪽은 한적하다. 딱따구리 나무 쪼는 소리만이 적막함을 잠시 깨울 뿐.오로지 혼자 걷는 숲 속 길은 내가 숲이 된다.사박사박.어린 고라니가 놀라 산 위로 달리다 멈춰 선다.물끄러미 서로 눈 맞추다가 헤어진다. 숲은 연둣빛 마저 초록으로 바뀌고 있는데,그래도 봄의 시간은 순서가 있다.개울의 미나리냉이가 이제 준비 중이고, 전호도 키를 키우고 있었다.봄바람이 더 자주 불 때면 송홧.. 2024. 4. 20. 토란을 심다.(2024.4.17.) 갑자기 녹음이 짙어진다. 분명, 산길에는 산벚나무 꽃이 이제 떨어져 바닥을 수놓았는데, 철쭉이 피고 병꽃나무, 줄딸기 등이 한꺼번에 꽃을 피워댄다.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봄. 몇 해 동안 귀룽나무 아래에서 꽃을 피워왔던 잔털제비꽃 군락이 사라졌다. 한 포기도 보이지 않는다. 제비꽃속은 여러해살이풀이라서 뿌리에서 새잎이 돋는데, 아쉽다. 서식환경의 변화인지... 산으로 이식한 동백나무는 사전 환경적응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주말 예상하지 못한 고온과 뙤약볕에 잎이 화상을 입었다. 하지만, 남은 잎이 있으니 자연 속에서 적응하리라 본다. 앵초와 뻐꾹나리는 자손을 늘리고 있었다. 그 골짜기가 사유지 인지 아래에서부터 건물을 지어오는데, 다소 불안하기도 하다. 거름을 하지 않으니 토란 종구의 크기가 작다.. 2024. 4. 18. 초등학교 동창회 다녀오다.(2024.4.13.-14.) 보리암 경내에 내려서니 지린내가 진동한다. 산사의 화장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그런가? 했더니, 이 시기, 사스레피나무가 한창 꽃을 피우고 있었다. 사스레피나무의 꽃향기(?)는 닭의 분뇨와 같은 냄새를 풍긴다. 이는 수분 매개자를 파리로 선택했기 때문이라는데, 식물의 수분 전략은 신기하기만 하다. 보리암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사진으로는 그 느낌을 표현하기는 쉽지 않고, 김만중의 유배지를 다녀오는 길은 사월 중순에 한여름 날씨를 경험하게 했다. 아이스크림 3개를 먹은 날로 기억되겠다. 휴, 덥긴 더웠다. 더운 날씨와 숙취로 파김치가 된 몸이라 한창 꽃을 피우고 있는 왕후박나무를 보고도 꽃을 담아 오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쉽다. 사진을 담을 때 '나중은 없다'란 말은 진리다. 보일 때 그냥 담아야 하는 .. 2024. 4. 14. 광교산 히어리(2024) 예상보다 심각했나 보다. 살아남은 개체 중에 절반 이상이 꽃을 달지 못했다. 그나마 뿌리 깊은 개체는 꽃을 피우기는 했지만, 상태는 썩 좋지 못하다. 꽃은 차치하고 새순이 나는 것만 보아도 살아있음에 감사한 마음이다. 꽃도 잎도 달지 못한 개체도 있다. 생명을 다한 것이다. 대지를 터전 삶는 생명은 동물이나 식물이나 거저 미미한 존재에 불과하다. 안쓰러운 마음에 돌덩이로 밑을 받쳐준다. 힘내서 뿌리를 더 깊이 내리렴. 생명이란 게, 겨울에 모두 잠을 자고 있는 것 같아도 다만, 때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 들꽃이 들고일어났다. 발부리가 조심스럽다. 봄은 이러하다. 광교산에는 귀한 만주바람꽃이 겨우 생명을 이어가고 있었고, 개감수는 훤칠 키가 커졌다. 이제 봄은 높은 산으로 발걸음을 옮겨가겠지. 바람이 가지.. 2024. 4. 8. 무등산 털조장나무(2024.4.6.) 원효사 주차장에서 옛길 따라 오른다. 제철유적지를 지나 자연쉼터에 다다르니 털조장나무 암그루가 보이고 조금 더 오르니 수그루가 보인다. 이 길에는 불과 서너 그루 정도만 보일 뿐 더는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댓세 정도는 철 지난 것 같다. 의상봉 쪽에 군락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지만, 오늘은 무등산을 오르는 것이 우선이다. 목교를 지나 인왕봉으로 올라 서석대, 입석대를 거처 장불재로 내려섰다. 다양한 들꽃을 기대했는데, 아직은 이른가 보다. 잔털제비꽃 두 개체만 보이고 높은 지대에는 생강나무 꽃이 한창이다. 호랑버들, 갯버들도 이제 꽃술을 터뜨린다. 2024. 4. 6. 칠보산(수원) 처녀치마(2024) 궁금해서 들렸더니, 올해는 손님이 다녀가셨다. 나도 너무 늦게 찾았다. 올봄 다소 더디게 오는 것으로 착각했지 먼가. 칠보산 처녀치마는 날씨 상관 않고 봄맞이에 마음이 들떠 있었던 것이다. 장소를 옮겨 깽깽이풀을 찾았으나, 그도 올해는 해걸이가 분명했다. 그저, 이곳저곳을 휘적 걸어본 것으로 기억해 두자. 길을 나섰으나 실망감이 커서인지, 괜히 벚나무 가지 붙들고 늘어진다. 봄날은 찾아왔다. 해 아래 만물은 이렇게 유전( 流轉)하고 있었다. 2024. 4. 4. 이전 1 ··· 9 10 11 12 13 14 15 ··· 13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