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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교산 노루귀(2024)Ⅱ 산수유 노란 꽃망울은 부풀 대로 부풀었는데, 산의 노루귀는 아직도 꼬물거리기만 한다. 느린 걸음으로 산을 올랐더니 푸드덕하고 새 두 마리가 어깨를 스친다. 의도적이었다. 그 둘은 동고비와 곤줄박이였으며, 나에게 먹이를 내놓으라는 몸짓이었다. 교감에 미숙한 난, 먹이 준비는 생각지도 못했다. 눈치 빠른 그들은 옆 나뭇가지에 오래 서성이지 않았다. 곧바로 나는 그들에게서 팽 당했다. 누가 새 대가리라 했는가. 습설에 부러진 소나무가 널부러 졌다. 이제 잔설은 음지의 높은 곳으로 밀려나 있었다 . 예상은 했지만, 히어리 상태는 좋지 못했다. 열악한 환경 탓에 몇 개체는 생을 마감했다. 남은 이를 위해 돌멩이 몇 개를 받쳐 주었다. 2024. 3. 7.
기다림 나는 그를 기다렸지만, 그는 나를 기다린 것은 아닐 것이다. 너의 바람은 희망이겠는데, 나의 허전함은 채워지지 않는구나. 2024. 3. 3.
광교산 노루귀(2024)Ⅰ 이제 빼꼼. 봄이 일찍 오는가 싶더니, 은근 쌀쌀한 날씨가 계속되고 산에는 눈까지 쌓여 잘 녹지도 않는 날씨. 해마다 만나보러 오긴 하는데, 이제 시작인가 보다. 올해 노루귀의 봄은 특별히 빠르지는 않다. 농부의 트랙터 소리 들판 가득하고, 벗하여 꽃다지, 냉이, 별꽃이 봄볕에 반짝인다. 그랬다. 봄은 어찌 산속 노루귀에게만 오는 것이겠는가 노루귀 소식 궁금해 산으로 발걸음 했더니, 봄은 오히려 들판에서 속삭이고 있었다. 2024. 2. 27.
눈(雪)이 부른 날 눈이 나를 밖으로 나와 보란다. 이런 날은 공원이든 산길이든 걸어보아야 한다고. 봄장마라는 소리가 생소하게 들리는데, 풀을 피우려는 건 알겠지만, 봄비 너무 잦게 내린다. 간밤, 비가 눈이 되어 내리고 아침 기온이 좀 차갑더니, 녹은 눈은 다시 얼음꽃으로 피었다. 나뭇가지 눈송이는 마치 벚꽃인양 이월에 하얗게 피었다. 사월이 서둘러 온 듯하니, 어찌 밖으로 걸음 하지 않겠는가. 모두가 사월의 옷을 당겨 입었다. 2024. 2. 22.
청소년 문화센터 복수초(2024) 휴일, 느릿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에서 봄을 느낀다. 서리 내리게 했던 아침 기온은 한 낮이 되자 껑충 뛰어올랐다. 청소년문화센터 야생화 단지에 개복수초가 피었을 것 같아 길을 나섰다.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니, 개불알풀 큰개불알풀 냉이꽃이 피었네. 개복수초가 하늘을 향해 황금 술잔을 받쳐 들었다. 이제, 노오란 봄이 시작되었다. 봄은 냥이의 등에도 온다. 2024. 2. 17.
오는 봄(2024) 입춘 지난 지 열흘이 넘었다. 입춘 추위는 없다고 봐야겠는데, 이대로 봄이 올 리야 없겠지만 예년보다 일찍 산골짝 두꺼운 빙벽은 녹았고, 이제, 그 흔적들만 남아 겨울이 끝나감을 말해준다. 한국앉은부채 얼굴이 궁금해서 골짜기로 내려선다. 여름 폭우로 골짜기 환경도 많이 변했다. 볼거리가 많았던 이끼는 청소한 듯 쓸려 내려갔고, 겨우 남아있는 '미선초롱이끼'만 눈에 띈다. 다양한 이끼를 다시 보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고로쇠나무에 물이 오르고, 숲의 새들은 목소리 높다. 큰산개구리 역시 산란을 시작했다. 그들은 이미 봄을 맞이하고 있었다. 중부지방에도 복수초 개화 소식이 올라온 걸 보면, 아마도 한 주일 이상 봄이 빠르게 시작되는 것 같다. 몇 년 만에 가장 따뜻한 1월이었다고 하지 않는가. 無常. 변.. 2024. 2.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