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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산을 품다.(광교산) 미세먼지 걷히고 날씨가 맑았다. 모락산까지 걷고 싶었지만 여기까지가 한계였다. 먼 산은 품기만 했다. 양지는 간밤에 언 땅이 녹아 질척거리지만, 볕이 들지 않는 곳은 언 채로 딱딱하다. 여러 사람 엉덩방아 찧는 걸 보았다. 볕이 좋은 곳에 산고양이가 졸고, 주변 수풀 속에서 툭 튀어나온 산토끼는 폴짝폴짝 뛰어 건너편 숲으로 줄행랑을 친다. 날이 좋아 걷고 싶었던 긴 산행을 한 날이었다. 광교저수지에는 추위를 피해 날아든 오리들이 상당수 보였다. 용머리로 흘러드는 개천에는 큰황새냉이가 보인다. 2019. 12. 14.
서리꽃 뒷산 오르다 보니, 찬 서리 하얗게 내려앉았네 소나무는 외려 시원해하는 듯하고, 영산홍 잎도 새로서는 데 에라이, 내 손끝만이 시립다 한다. 2019/12/08 2019. 12. 8.
서설(瑞雪) 가을 찬 이슬 맞고서야 개화하는 국화는 그 맑은 정신이 가을 하늘만큼이나 높아 보인다. 요즘은, 절개(節介)라는 말을 잘 사용하는 것 같지 않아 보이는데, 시대정신이 허물어졌든지, 개인의 의지가 약해졌든지 간에 쓰임새가 줄어들었다. 적당히 타협하고, 적당히 눈감아 버리려는 풍조가 만연해진 지는 오래고, 집단적 항의 표시로 어깃장을 놓아 비타협적 이익을 취하려는 경향도 있다. 첫눈이 내렸다. 머리에 차가운 눈을 얹고도 의연해 보이는 국화가 눈에 띈다. 서설(瑞雪)을 이고 있는 황국 옆에 오랫동안 서성거렸다. 2019/12/03 2019. 12. 3.
겨울 문턱 덕유산 설천봉(국립공원관리공단) 2019/12/02 대설(大雪)이 12월 7일이니, 얼추 절기가 맞다. 며칠 전에는 속초, 고성 산간에 큰 눈이 내렸었다. 태양이 멀어져 고도가 낮아졌으니, 아침 해는 늦게 오르고, 오후 해는 일찍 산을 넘는다. 겨울이다. 옷이 없어 겨울을 춥게 나는 일은 없다. 어릴 적에는 해진 옷이나, 양말을 기워입는 일이 다반사였는데, 요즘은 어디 그런가. 따뜻한 옷을 입어 몸뚱이는 추위를 느끼지 못하지만, 마음은 해가 갈수록 차가워진다. 가을, 어느 날에는 친구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또 다른 이는 항암에 실패했다고 의사가 말했다 한다. 미리 만들어 놓은 것처럼, 눈앞에 예기치 못한 세상이 펼쳐지니 마음만 울적하다. 긴 시간, 산길을 오래도록 걸어보고 싶다. 2019. 12. 3.
아직 떠나지 않은 가을(대구) 대구 국채보상운동 기념공원 며칠 바람이 차가웠다가 누그러졌다. 남녘에 남은 가을 단풍은 부드러운 햇살에 곱다. 지나는 사람들 옷은 두꺼워졌지만, 오늘 걸음은 모두 한가한 듯하다. 더불어, 뒷짐 진 채 공원 한 바퀴 돌아본다. 2019/11/23 나이 들면 자기주장이 강해진다. 풍상(風霜) 겪은 경험이 그렇게 만들었겠다 싶은데, 그 겪었다는 풍상 속에는 이해(理解), 배려(配慮), 고려(考慮) ... 이런 단어들은 없었나? 서쪽에서 온 이도, 남쪽에서 온 이도 서로들 바쁘다면서 차 한 잔 없이 서둘러 떠나는데, 지난 세월 속에 남겨진 것은 이제 서로 헤어짐뿐인가. 사람끼리 살아가는데 가까운 사이일수록 예(禮)가 더욱 필요하구나. 가을은 겨울을 대비함이다. 겨울은 또, 봄에게 그의 자리를 내어 주겠지. 고개.. 2019. 11. 27.
광교산 운해 늦가을입동과 수능추위 하느라 그랬는지비가 제법 왔었다.산에 올라보기로 한다. 저수지 지날 적, 안개가 자욱했는데, 노루목 올라서니운해가 발아래 춤을 춘다.자연이 보여주는 그림 한 폭을 무료로 감상한다. 비에 젖은 단풍은 늦가을 정취를 자아내고,알록달록 바닥을 물들인 낙엽은 겹겹이 쌓여 푹신하다.2019/11/16 *이끼는 구별이 어려우니 그냥 개인 구별용도로 임시 이름표를 붙여본다. 별꼴초롱이끼 가는흰털이끼 가는실방울이끼 미선초롱이끼 봉황이끼 숲날개이끼 긴꽃작은귀이끼 그늘대호꼬리이끼 털깃털이끼 일엽초 2019. 11.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