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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살여탈(生殺與奪) 광양읍은 광양시와 더불어 광양 제철의 배후도시이기는 하지만, 읍내는 조용한 편이었다. 특히 백운산에서 발원한 동천, 서천은 물이 맑았다. 친구가 부친상을 당해 조문을 다녀온 길. 큰금계국의 생살여탈을 본다. 남녘이라 여름꽃이 시작되었을 것 같아 꽃도 볼 겸 장례식장까지 일부러 걸었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니 하천변에 노오란 꽃물결이 장관이다. 노란빛이 유혹하기에 일부러 개울가를 걸었다. 한 시간여 문상을 하고 갔던 길을 되돌아 나오니 큰금계국 어디가고 덩치 큰 트랙터만 벌건 흙 위를 오간다. ㅠㅠ 고풍스런 멋이 남아있는 광양읍 2023/05/27 2023. 5. 27.
착각 나만의 비밀정원을 가졌다는 흐뭇? 한 기분은 꽃쟁이들이 자주 하는 착각! 사람이 살아온 세월이 어떠한고, 그간 전쟁이며, 보릿고개, 나무꾼, 하다못해 나물하는 사람까지 얼마나 이 땅 곳곳을 누볐을 텐데, 내가 오늘 처음으로 여기에 발자국을 디뎠다는 생각! 여기가 달나라인가? 착각은 자유! 올봄 민백미꽃과 자란초가 사이좋게 군락을 이루어 살아가는 곳에 발길을 들였다. 아무도 찾지 않았을 것 같은 숨은 골이라 나만의 꽃자리를 발견함에 내심 흐뭇했다. 자란초 꽃이 필 시기 호젓하게 홀로 꽃자리를 다시 찾았다. 하지만, 흔적, 사람이 다녀간 흔적이지 먼가! 여기저기 하얀 휴지 조각이! 흑! 그렇더라도, 좀 치우고 가시지. 땅에 묻던지. 물에도 잘 녹지도 않는 휴지던데. 그 누가 왔든, 말든 자란초, 민백미꽃은 .. 2023. 5. 24.
오색에서 한계령 (2023. 5. 20.) 계곡을 벗어나 가파른 능선 길을 힘들게 오르는데,산 위에서 쿵쾅거리는 스피커 소리가 들린다.점점 크게 들리는 것이, 누군가 산을 내려오는 것 같다.처음 들어보는 스타일의 음악.경쾌하다.한쪽 다리를 덩실 들어 올리는 탈춤의 춤사위가 절로 나올 법하다.설핏, '콜라가 ~ ' 어쩌고 하는 노랫말이 들리는데,이건 분명 젊은이의 노래다. 아니나 다를까.남자 예닐곱 명이 내려오는데, 고등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청소년들이다.가파른 산길을 정말 가볍게 사뿐사뿐 내려온다.그중 한 녀석은 탈춤 버전으로 '덩실' 한쪽 다리까지 들어 올려 춤을 춘다.내게, 산길에서 크게 들리는 음악 소리는 소음 같아 싫어했는데,이 노래 만큼은 배워, 불러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아, 부럽다. 젊음 얼마나 더 올랐을까?다시 또 노랫소리가 들리.. 2023. 5. 21.
산다는 건 벌써 한 낮 기온이 30 º 를 기록한다.오월이 맞나?숲의 생명은 오늘도 분주하다.모두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내기 위해서, 눈앞에서 윙윙거리는 하루살이조차도 바쁘다. 햇살은 따가워도 바람은 제법 분다. 때죽나무 꽃잎 물 위에 맴돈다.자신에게 주어진 임무 충실히 해냈다는 뜻 이제 또 어디로 여행을 하려 하는가산다는 건 오랜만에 걷는 숲길,지나다니는 길, 의좋은 산벚나무 삼 형제는 여전하다.주변에 유조 두 마리.이제 막 이소를 한 건지 날지를 못해 숨기만 한다. 설마 둥지에서 실수로 떨어져 내린 것은 아니겠지.이즈음, 숲에는 뱀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새 둥지를 찾아다니는 것일 수도. 어린 생명은 연약하기 그지없다.위협을 느꼈는지 본능적으로 몇 걸음을 옮기기도 한다.삶이란 다니는 산길에 산악오토바이가 헤집.. 2023. 5. 17.
시궁산에 오르다. 변화는 여기 시궁산에도. 주변 풍광을 구경하기 좋긴 한데, 대신 자연스러운 맛은 포기했다. 정상에 서있던 늙은 고광나무, 산사나무는 간 곳 없다. 조선현호색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었지만, 더는 세력을 늘리지 못했고, 넓은잎각시붓꽃은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오르는 길에는 소태나무인가 했는데, 굴피나무 몇 그루가 보인다. 오래된 산소 주변은 변함없이 은방울꽃이 무더기를 이루어 살아가고 있다. 산아래 길가에는 산민들레 잎을 닮은 서양민들레가 자주 보였고, 길가의 참취는 자취를 감췄다. 시궁산은 조용한 가운데 조그마한 변화가 느껴졌다. 시궁산은 삼봉산을 연계해서 오르기도 하며, 주로 묵리, 장촌에서 시작한다ㆍ. 제비꽃속은 왜 자연스러운 교잡을 허용할까? 며칠 전, 백인 우월주의자로 의심되는 자의 총기난사로 .. 2023. 5. 12.
무주채 폭포 요즘 사람들은 왜 이다지 퉁명스러워졌는지, 산길에서 인사라도 할라치면, 무반응. 좁은 길, 비켜 서 준 줄 뻔히 알면서도 무심코 지나가는 이, 비록 길이 가팔라 숨이 차기도 하겠지만, 양보해 준 이에게 인사 한 마디 하지 못할 정도인가. 그래도 말 없음은 차라리 낫다. "꽃이 있습디까?" 이 말은 꽃자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끼리 하는 인사말인데, 정색을 한 얼굴로, "꽃이 없다 해도 어차피 올라갈 거면서"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원, 민망스러워서 꽃을 담고 있는 어떤 이는 뒤에 도착한 사람 들으라는 듯이 "난 누가 옆에 있는 게 싫은 데" 이런다. 허~참, 들은귀를 의심할 정도이다. 이런 말 함부로 내뱉는 부류는 도대체 어느 별에서 왔는가. 땅바닥에 엎디어 쳐들고 있는 궁디를 주 차삐리고 싶다. 예끼. 사람.. 2023. 5.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