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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보세(山川報歲) 고개를 넘으니 장갑 속 손가락이 시리다 못해 아린다. 대한 추위다. 지낸 겨울마다 대한추위라고는 하지만 늘 소한추위만 못한 것으로 생각되었는데, 올겨울 대한(大寒)은 그 이름값을 제대로 한다. 그래도 낮 시간이 조금씩 길어지는 것으로 보아 봄은 멀지 않다. 이미, 남쪽에서는 복수초 소식도 들려온다. 올겨울 눈, 비가 잦은 탓에 산길이 꽤나 질퍽거린다. 집안에는 이미 봄이 왔다. 올해도 어김없이 산천보세가 꽃을 피웠다. 아래에서부터 피어올라 가는데, 먼저 핀 송이는 벌써 열흘이 다 되어간다. 지난봄 들여온 히야신스도 벌써 손가락 두어 마디 정도로 잎이 길어졌다. 은은한 난의 향기와는 대척점에 서 있다고 할 그 진한 향기도 기대된다. 향기의 독특함이야 자신의 고유한 DNA인 개성으로 표출되는 법이니까, 그들.. 2024. 1. 24.
눈 내리는 관악산 급변한 일기. 대설을 지나도 봄 날씨 같더니, 갑작스러운 추위가 눈과 함께 닥쳤다. 블리쟈드와 같은 날씨지만, 친구와 예정된 산행을 한다. 2023/12/16 상고대만큼은 아니더라도, 서설처럼 내려준 눈꽃이 동화 속 같다. 건강이 예전 같지 않은 친구들의 건강도우미를 자청했다. 혼자 걷는 것 보다 길동무가 함께하면 눈 속이라도 따뜻하지 않겠나. 2023. 12. 18.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아가페적인 사랑을 넘어서서 그는 모든 것을 초월한 신이 되었다. 내가 그 들 부자를 처음 목격한 것은 이미 여러 해가 되었다. 근처 공원을 운동삼아 산책을 시작하던 때였는데, 어디선가 짐승의 그것 같은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는 게 아닌가. 분명 사람 목소리이긴 한데, 고통을 호소하는 듯한 괴성이었다. 소리의 출처라 생각되는 곳에는 신체가 부자연스러운 아이와 그 아버지로 보이는 두 사람 있었다. 아버지와 아이의 몸은 서로 묶여있었고 그 상태로 걷는 운동을 하고 있었다. 난, 아버지인 듯한 사람의 다그치거나 제지하는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저 묵묵히 그의 자식을 부축하고 걸을 뿐이었다. 거리에서 지체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보아 왔지만 그 아이는 걷는 것조차 혼자서는 어려운 상태인 듯했다. 아마도 그래서 .. 2023. 6. 29.
호기심(好奇心) 꿩의다리가 여름이 왔음을 알린다. 지내산에서 고사 위기에 처했다가 광교산으로 이사 온 그는 해마다 하얗게 숲을 밝히고 있다. 초봄, 고라니가 새순을 취하면, 그해에는 꽃을 못 보기도 한다. 마등령에서 큰 군락을 본 적이 있어, 높은 산에만 사는 줄 알았더니 광교산 낮은 골짜기에도 자주 보인다. 길을 나섰다. 원산도와 안면도를 거쳐 신두리사구를 둘러왔다. 그는(Martin Heidegger) '호기심이 새로운 것을 찾는 이유는 그 새것에서 다시금 새로운 새것으로 뛰어들기 위해서다.' 라고 말한다. 꽃에 대한 나의 호기심을 두고 한 말 같다. 하나를 보고 나면 또 다른 것을 보고 싶으니, 그 호기심이란 게... 진즉, 학생 때 그런 맘으로 공부나 열심히 하지 그랬을까. '핑계 없는 무덤 없다'라고, 말이야 .. 2023. 6. 18.
향기(香氣) 치자꽃은 좋은 냄새를 풍겨낸다. 내 어린 시절, 여름이 되면 학교 정문을 향하는 짧은 오르막 좌우에는 하얀 치자꽃이 만발했다. 그 향기롭던 꽃은 가끔 장난감 물레방아가 되기도 했는데, 커서도 결코 잊을 수 없는 마음속 깊이 새겨 넣어진 고향 내임새가 되었다. 몇 년 전, 이웃집이 이사하면서 처분한 꽃치자를 집으로 들였다. 치자나무는 추위에 약해서 중부지방에서는 밖에서 겨울을 나지 못한다. 지극정성까지는 아닐지라도, 가지도 쳐주고 자주 물도 주었더니 해마다 꽃을 맺어 보살핌에 보답하는 듯하다. 식물도 이렇게 만나지는 인연이라는 게 있나 보다. 강화도에는 유기견이 많다고 한다. 개가 다리를 건너 찾아오기 어려울 거라는 생각에 그곳에 유기를 하나 보다. 한 번 맺은 인연을 함부로 끊을 게 아닌데, 현대를 사는.. 2023. 6. 12.
안산 자락길(서대문구) 전날, 기지포 바래를 다녀와서 뒤풀이한 막걸리가 좀 과했던지, 안산 자락길 걷는 게 초반, 힘이 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점차 몸이 회복되니 역시 숲길은 생명이다. 구불거리지만, 무장애 길로 다듬어 걷기 편하다. 낮은 산임에도 서울시내를 조망하기에 이만한 곳도 없지 싶다. 독립문역에서 홍제천 인공폭포를 거쳐 다시 홍제역으로 걸었다. 연이은 바깥나들이에 다소 힘들었지만, 기록으로 남겨 둔다. 2023. 6.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