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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백미꽃 피다. 민백미꽃이 피기 시작한다. 여름으로 바로 내달을 것 같은 날씨는, 어차피 떠나보내야 할 봄의 끄트머리를 잠시 붙잡아 두는 듯하다. 사월의 마지막 날은 가족과 점심 후 전주를 들리고, 남해 장례식장까지 단숨에 둘러 왔다. 피곤함을 삼키는 마약의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길게 보낸 날로 기록한다. 2023. 5. 2.
자란초 길 아스팔트, 시멘트로 포장된 길과 달리 흙길은 밟지 않으면 길이 길 아닌 게 된다. 고생은 각오했지만, 제법 먼 길이 되었다. 잊히고 묻힌 길, 기억은 맞다고 하는데 긴 시간은 길을 묻었다. 그래도 그곳임은 분명하기에 문을 두드리니 그가 반갑게 맞는다. 세력이 좋아져서 자리 잡은 곳이 제법 군락을 이루었다. 자란초. 산의 앞과 뒤는 시간 차가 제법 난다. 아직, 개별꽃이 싱싱하고 고깔제비꽃도 한창이다. 막산 타기! 꾸역꾸역 기어 오르면 산꼭대기, 주르륵주르륵 미끌리면서 내려가면 산아래. 애초에 길이라는 게 있었겠나? 이렇게 밟으면 길. 또, 가보지 않은 새로운 곳에서는 뜻밖의 일들이 벌어지기도 하지. 산다는 것도 뭐! 2023. 4. 23.
어수리 한 줌 얻다. 어수리는 핑계, 산길을 걸으며 연초록 향기를 맡는다. 꽃자리가 바뀌어 가니 눈에 새로이 담아도 본다. 얘들은, 내가 눈길을 보내야 비로소 나에게로 온다. 알아봄은 그저 눈앞에 있음이 아니라, 그와 내가 하나의 세계 안에 있음이라, 지난겨울 뒤적거려 본 그 책(존재와 시간), 그 한 줄의 의미가, 그게 이런 경우였었어! 2023. 4. 23.
늦은 토란 심기 올봄은 기온 변화가 큰 까닭에 봄 멀미가 난다. 해마다 깽깽이풀 개화에 맞춰 토란을 심었는데, 올해는 시기를 많이 넘겼다. 토란 종구는 내 손을 기다리다 못해 홀로 싹을 틔웠네 미안타. 오늘은 흙내음 꼭 맡게 해 주마. 오월 신록은 어제일. 요즈음은 사윌 신록 풀 피우고 나뭇잎 나니 산천은 연초록. 초록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2023. 4. 17.
당진 나들이 아침 비 비낀 하늘, 구름 간간히 흐르는데 해가 나온다. 이른 점심 후 멀지 않은 당진에 나들이 가다. 심훈 기념관, 필경사, Road 1950이라는 카페까지 2023/04/15 심훈 기념관 본명 : 심대섭(沈大燮, 1901~1936) 필명 : 심훈(沈熏) 1926년 동아일보에 영화소설 '탈춤'을 연재하면서 사용하기 시작. 필경사(筆耕舍) : 1934년 고향인 당진 송악읍 부곡리에 직접 설계 및 건축한 집 소설 '상록수' 집필(53일 만에 탈고) 충청남도 지정기념물 107호 상록수(常綠樹) : 동아일보 창간 15주년 기념 장편소설 현상 공모 당선작. 대표 시 : 그날이 오면(1930) 멀리서 본 느낌은 통상적인 시골 초가집 생가 복원인가 했다. 가까이 다가가 내부 구조를 들여다보니 일반적이지 않다. 당시.. 2023. 4. 16.
이스라지 만나러 평소 기관지가 좋지 않은 탓에 며칠간 산 나들이를 하지 못했더니, 서운하게도 꽃은 나를 벗하려 기다려 주지 않는다. 모두 제 갈 길을 바쁘게 달리고 있었다. 내 맘이 이러하니, 이쯤에서 사철가 한 대목이 생각난다. "이 산 저 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어 왔건마는 세상사 쓸쓸 허드라 나도 어제 청춘 일러니 오날 백발 한심 허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 헌들 쓸 데 있나 봄아, 왔다가 갈려거든 가거라 니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방초 승화시라 ····" 하지만, 왔다 갈 줄 아는 봄이라서 산길에 더욱 눈길을 주어 보낸다. 오이순(고광나무)을 조금 얻어 저녁 반찬을 하였다. 나뭇잎에 벌써 벌레들이 달려든다. 너나 나나 먹어야 사는 숙명 2023. 4.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