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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지 만나러 평소 기관지가 좋지 않은 탓에 며칠간 산 나들이를 하지 못했더니, 서운하게도 꽃은 나를 벗하려 기다려 주지 않는다. 모두 제 갈 길을 바쁘게 달리고 있었다. 내 맘이 이러하니, 이쯤에서 사철가 한 대목이 생각난다. "이 산 저 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어 왔건마는 세상사 쓸쓸 허드라 나도 어제 청춘 일러니 오날 백발 한심 허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 헌들 쓸 데 있나 봄아, 왔다가 갈려거든 가거라 니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방초 승화시라 ····" 하지만, 왔다 갈 줄 아는 봄이라서 산길에 더욱 눈길을 주어 보낸다. 오이순(고광나무)을 조금 얻어 저녁 반찬을 하였다. 나뭇잎에 벌써 벌레들이 달려든다. 너나 나나 먹어야 사는 숙명 2023. 4. 15.
남쪽을 다녀오다. 나는 기차나 버스를 예약할 때 내측(통로 쪽)을 선호한다. 그전에는 바깥 경치도 볼 겸, 창 쪽이 좋았으나 언제부터인지 내측이 편하다는 느낌이다. 내가 조금 다른 성향인가? 다른 사람은 대체로 창 쪽을 선호하는 것 같다 그러니, 창 쪽은 빈자리가 거의 없어 나는 늘 동행인이 있게 된다. ep.1 나이 듦과 젊음 일곱 시 십삼분 부산행 무궁화 기차. 아침 햇살이 눈 부셔서 커튼을 치니, 창가에 앉으신 여 승객께서 자신은 아침 햇살이 좋으시다고 하신다. 남편과 같이 늘 아침 햇볕을 쬔다고 하셨다. 다시 커튼을 걷어 드렸다. 손과 얼굴, 목에는 인생 주름이 많으시다. 목소리는 낮고 차분하셔서 평소, 예의가 몸에 배신 분이라는 느낌이다. 서로 오가는 대화는 삶, 부산으로 친정어머님을 뵈러 가신다고 말 문은 여신.. 2023. 4. 10.
그런 날, 꼭 있다. 김 첨지에게, 한동안 없던 손님 한꺼번에 많은 날, "운수 좋은 날"이라고 현진건은 이렇게 역설적으로 말했다. "오늘은 나가지 말아요"라며 몸이 아픈 김 첨지의 아내는 일 나가는 남편에게 애걸하듯 말했지만··· ··· 인력거꾼 김 첨지의 그날은 평소와 달리 수입이 좋았다. 그랬다. 귀가할 때까지는 운수가 좋은 듯했다. 손님이 끊임없이 있었으니. 무언가 겹치는 그런 날이 있다. 개나리가 피는 봄이다. 국립공원 북한산 깃대종이 '산개나리'라 하는데, 멀지 않으니 한 번은 보고 싶었다. 도대체 얼마나 다른지. 하지만, 무릎이 시원찮은 나는 바위산을 싫어해서 북한산에서 산개나리 찾는 일을 미뤄두고 있었는데, 백운대 탐방지원센터에서 아주 가까운 무당골 입구에 자생지가 있다 하지 않는가. 솔깃했다. 그리고 북한산성.. 2023. 4. 4.
그냥, 술이나 한 잔 ep.1 산으로 접어들기 일보 전 음식점에 주차된 트럭 옆, 개 두 마리 한 마리는 다리조차 절뚝거리는데, 꾀죄죄한 몰골이 영락없는 유기견이다. 먼가 던져 주기를 바라는 눈치인데, 가진 게 있어야지. 평소 개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하산 길, 꼭 그 자리에서 또 본다. 다리 저는 개는 내가 내려온 산길로 오르고, 또 다른 한 마리는 찻길을 가로지르는데 때마침 내려오던 승용차가 그 개 때문에 멈추었다. 길은 교행 불가한 좁은 길. 뒤따라 내려오던 차도 따라 멈추었고, 반대편에서 오던 차도 교행을 위해 비켜서 있었다. 개 이야기가 아니다. 개가 안전하게 비켜갔으면 출발해야지. 뒤차 앞차가 빵빵거리는데 문제의 그 차 조수석 문이 열리더니 젊은 여성이 내린다. 설마 쉬 마려워서 내린 건 아닐 텐데, 오 마이갓.. 2023. 4. 2.
광교산 히어리(2023) 생명의 신비 그래서 경이롭다 뿌리 드러난 히어리가 환하게 웃는다. 더는 밑이 드러나지 않게 돌멩이로 조금 도왔다. 그 정도로는 ㅠ. 그래도 2023. 3. 30.
칠보산(수원) 처녀치마(2023) 아직 준비 중인 녀석도 있지만, 두 아이는 벌써 키를 키웠다. 토끼, 고라니가 길을 잃었는지, 잎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들을라) 꽃샘추위가 맞긴 하는데, 심하지는 않아 냉해 정도는 아니다. 깽깽이풀이 만개했고, 늦잠 자다 깬 새끼노루귀도 보인다. 2023. 3.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