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건리 이끼폭포
재를 넘고 산허리 굽이굽이 돌아드는 곳. 산 높고, 골 깊어, 인적 없는 산골 오지인 줄 알았다. 하지만, 몇 채의 집이 보이고, 무건리 분교 터 임을 알게 하는 표지도 서있다. 강원 산골, 전쟁 난 줄도 몰랐다던 거기인가. 이곳의 삶도 결코 순탄하지는 않았을 텐데, 세상을 살아가는, 모두가 짊어진 삶의 무게를 생각해본다. 강원도로 여름 나들이를 나섰다. 하맹방을 비롯해 몇 곳을 들려보고, 영월을 거쳐 돌아왔다. 올여름은 장마가 짧게 끝나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비록 훼손된 흔적이 많아도, 상동 이끼 계곡은 청량감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부드러운 초록과 시원한 계곡물이 한여름 무더위를 잊게 한다. 돌아오는 길, 영월 솔고개 소나무를 담았다. 2021/07/26
2021. 7. 28.
더위
삼복 중 중복과 대서를 지났다. 며칠, 한낮 기온이 35, 6도를 오르내리고, 밤 기온도 쉬 떨어지지 않아 열대야에 잠을 설친다. 몸에 부하가 걸렸다. 산으로 가 보자. 이른 아침, 숲속 공기가 상쾌하다. 풀에 맺힌 이슬 초롱, 부지런한 매미 맴맴, 부화한 어린 새 소리 비비, 이런, 어린 살모사 녀석 밟히지 않으려고 도망하기 바쁘다. 놀라긴 내가 더 놀랐는데. 골짜기 개울물 가늘어졌지만, 개구리 목욕할 만큼은 되고, 능선에 서니 동쪽에서 건너온 바람 한 줄기에 땀이 식는다. 달맞이꽃 길가에 노랗고, 어느새, 큰까치수염은 열매를 맺고 있었다. 한낮, 비록 그들도 늘어지기는 마찬가지나, 숲은 온전히 자신의 여름을 나고 있었다. 2021/07/22
2021. 7. 24.
토란밭 김매기
산에 들지 못한 지 오래, 벌써, 칠월이 중순 게으른 마음으로 미루어왔던 김매기를 무슨 큰일이라도 치루는 양, 결연한 마음으로 실행에 옮겼다. 토란밭의 몰골이 처참하다. 농부의 발소리를 듣는다고 했는데, 심고 난 뒤 돌보지 않았더니 그냥 풀밭이다. 시간 여 땀을 흘리니, 우선 마음부터 개운하다. 오월, 비가 잦았고, 지난번 장맛비 조금 내린 듯한데, 개울물이 제법 등목할 만큼 흐른다. 손을 씻는데, 시원함과 청량감을 전해준다. 참나리꽃이 한창이고, 짚신나물, 큰까치수염, 싱아가 그들의 계절임을 알게 해 준다. 생명의 정수(精髓)를 꽃을 통해 본다.
2021. 7.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