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784 숲에 들다('25.3.26.) '귀룽나무'와 '쥐똥나무'가 잎을 내고,남향의 산사면은 '진달래'가 곱다.'올괴불나무'의 토슈즈는 진즉에 신선함을 잃었군.가지 끝 마지막 개화한 듯한 몇 송이만이 눈에 들어올 뿐,화무십일홍이다. '현호색'이 종알종알 대는 숲을 지나 '둥근털제비꽃'을 찾으니 '없다!'몇 해를 같은 장소에서 봄맞이를 했고,지난해에도 그 무리를 본 후 일찍도 시들었다 했는데,아마도, 그를 무척이도 사랑한? 사람이 도채를 했겠다. 봄을 도둑맞은 기분이 허전함으로 다가온다.그렇지 머, 시간조차도 인생의 도둑인 것을.단지, 공간만이 진실처럼 보일 뿐이다. 설해목이 널브러져 다니던 길을 막고 있다.새로이 길을 내느라 한동안 잡목과 씨름한다.숲이 메마르다.남쪽의 산불 기세가 무서운데,혹여라도 의도된 산불은 아니었기를,불이나 물이나 .. 2025. 3. 26. 공원의 봄('25.3.24.) 기온이 오른다.걸쳤던 겉옷이 거추장스러워지는 낮이면 아지랑이도 아물아물.북서풍을 막아주는 큰 건물 앞에 사는 매실나무,그는 해마다 꽃 선물에 일등이다.난 안다. 그가 왔다는 사실을.만나보았다.더욱 마음 반겼던 것은 홍매화가 다소 이른 마중을 나왔다는 것이다.해 마중을.꿀벌이 이 꽃 저 꽃을 찾아 붕붕거리고, 그사이 백목련도 반개한다.꽃은 반개한 상태가 예쁘지 않은가.봄은 배시시한 웃음으로 시작되고 있다. 2025. 3. 24. 광교산 노루귀(2025) 루틴(routine)일상이 되어버린, 버릇처럼.그래서 이제는 친한 사이가 되어버렸다고 해야 하겠지.때를 기다려 찾아가면 그는 반겨준다.하지만, 너무 일러도 너무 늦어도 만나기가 여의치 않다. 그를 만나러 가는 길,컵라면 정도는 가지고 간다. 한해 잘 보냈냐고 안부라도 물을라 치면 꽤나 긴 시간을 함께해야 하니까.때론, 막걸리도 같이 한 잔 하기에,오늘은 그렇지 못했지만. 늦게 오는 봄은 한꺼번에 온다.모두 이 시간만을 기다렸기에,이제 산은 초록의 시간으로 들어섰다.산 능선의 호랑버들은 아린을 벗었고,개울가 수양버들은 이미 푸르다. 2025. 3. 23. 발칸2국(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25.3.5.-3.13.) 우리네 보다 봄이 일주일은 먼저 당도한 듯하다.두꺼운 옷이 다소 부담스러울 정도로 찬 기운은 스러졌다.봄꽃들이 다투어 피기 시작한다.길에서 마주하는 서양민들레나 별꽃, 큰개불알풀이야 익히 아는 들풀이지만,처음 대하는 제비꽃 종류나 해안가에서 만난 식물들은 이름 불러주기가 다소 부담스럽다.그래도 한 주일이나 먼저 만나는 봄꽃들은 마음을 들뜨게 한다. 앵초, 노루귀, 개나리 산수유가 활짝 피었다.전혀 봄꽃 기대는 없었는데, 나에겐 비수기 여행이 아니라 봄꽃 가득 피어난 성수기 여행이었다. 디나르 알프스라는 산맥과 달마티아 해변은 평행선을 이루어 남으로 뻗어있다.해안선 가까이에서 서로 이웃하며 남으로 내달린다. 마치 우리의 동해안 같다.산지는 대부분 석회암지이다. 고대 로마유적과 중세도시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 2025. 3. 22. 수리산 변산바람꽃('25.3.22.) 회상봄 수리산을 찾은 지 오래.뜻 모를 그리움에,지금쯤이면 모두 고개를 들었겠다 싶어, 기억에 남아있는 그 자리를 찾았다.옛 친구를 만나는 설렘. 하지만,그들은 떠나고 없었다.아쉬움,오랜 친구를 잃은 느낌이다.새삼, 시간의 무상함을 느낀다.굳이 무거운 카메라 꺼낼 맘 들지 않아 폰으로 몇 장 담고 돌아선다. 2025. 3. 22. 아드리아해(Adriatic Sea) 바닷물이 맑아서 수족관 같은 달마티아 해변.해풍이 불어와도 갯내음조차 없어서 바다가 아니라 호수 같다. 해안선을 따라 쭉 이어진 산능선은 석회질을 갖는 바위산이라서,비가 와도 바다로 쓸려 내려갈 토사가 없다.그러니, 바닷가에는 펄도 모래도 없다.바닷물이 깨끗할 수밖에. 점점이 떠있는 섬들은 작은 파도조차 잠을 재우니,사이프러스 서있는 마을의 주황색 지붕과 흰 벽돌은 바다에 누웠다.봄 햇살에 나른해진 한낮,바닷물 반짝이는 눈부신 윤슬은 차라리 자장가다. 2025. 3. 16. 이전 1 2 3 4 5 6 7 8 ··· 131 다음